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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 1명 잡는데 42시간 걸린 군

Posted June. 24, 20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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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를 살해하고 탈영했던 임모 병장(22)이 23일 자살을 시도했다가 군 당국에 생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고성군 현내면 야산 일대에서 군 추격조와 대치하던 임 병장은 이날 오후 2시 55분경 자신의 K-2 소총으로 왼쪽 가슴과 어깨 사이에 실탄 1발을 쐈다. 사건 직후 군 추격조는 임 병장이 갖고 있던 소총과 실탄을 회수한 뒤 헬기편으로 국군강릉병원을 거쳐 강릉 아산병원으로 후송해 응급처치를 했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은 의식은 있지만 출혈이 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군 추격조는 이날 오전 8시 20분 임 병장과 78m 떨어진 거리까지 접근해 투항을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임 병장은 현장 지휘관이 건네준 휴대전화로 아버지와 통화를 했고 군 추격조로부터 빵과 전투식량, 식수를 전달받기도 했다. 이어 오전 11시 20분경 임 병장의 아버지와 형이 현장에 도착해 3시간여 동안 투항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총을 쏴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군은 조만간 임 병장을 군 수사기관으로 인계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군은 임 병장을 체포함에 따라 고성 지역에 발령했던 대침투작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이날 오후 3시 30분 해제했다.

이번 사건으로 관심병사에 대한 군 당국의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군이 전체 관심병사의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이후 국방부나 육군이 공식적으로 취재진에게 알린 것은 임 병장이 근무한 22사단의 관심병사 현황뿐이었다.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군 관계자는 전체 관심병사 수를 파악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22사단 통계를 근거로 전체 군 병력의 1020%가 관심병사이며, A급 특별관리대상은 34%에 이를 것이란 추정치만 나오는 실정이다.

군은 정확한 관심병사 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관심병사 수가 매일 바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부대원의 전출입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관심병사 수도 들쑥날쑥하다 보니 구체적인 집계가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군 전문가들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예하 부대에서 파악한 관심병사 수를 일괄적으로 더하기만 해도 전체 관심병사 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군사 전문가는 파악할 수 있는데도 안 했다면 직무유기고, 통계를 확보하고도 숨겼다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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