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후보자는 어제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정홍원 총리의 국회 답변을 들으며 청문회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엔 자진사퇴 여부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통보를 받은 게 없다고 답변했다. 청문회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분위기를 보면 문 후보자 인준안의 국회통과는 물 건너 간듯하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시 자유투표 방침을 밝힌 것도 동의안의 국회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자가 총리로서 적합하느냐는 질문에 9%만이 적합하다고 했고 적합하지 않다가 64%였다.
국정 공백도 장기화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4월27일)한 이후 56일째 식물총리 노릇을 하고 있다. 각 부처의 주요 정책과 예산집행, 인사도 곳곳에서 멈춰 섰다. 교체될 장관들이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에 답변을 하는 어색한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온통 문 후보 문제에 집중돼 박근혜정부 제2기 내각과 3기 청와대는 양대 교육수장의 논문표절과 안기부장 후보자의 차떼기 자금 배달, 문화체육관광부장관후보자의 음주운전, 민정수석의 기자폭행 전력 등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이 귀국직후인 23일쯤 총리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낸다해도 청문회를 마치려면 최소 20일 이상 걸린다. 문지명자가 청문회에서 낙마하거나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부결된다면 후임총리 지명에서 취임까지 다시 25일 가량이 추가로 소요된다. 4월부터 시작된 사실상 총리 공백 상태가 자칫 100일 가까이 갈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을 마치고 오늘 밤 귀국하는 박 대통령의 마음도 무거울 것이다. 문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자신에게 덧씌워진 친일 반민족분자라는 왜곡된 너울을 벗겨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는 공직후보자가 하고 싶은 말을 차분히 할 수 있도록 들어주는 자리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즉각 청문요구서를 국회에 보내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민의를 따르는 것이 합리적인 국정운영 방식이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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