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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의 성... 해방의 성... 같은 흥분?

Posted June. 14, 20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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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수십 명의 무리가 쳐들어간다. 장소는 마을에서 간통을 한 사람의 집. 청년들은 괴성을 지르고 기물을 파괴한다. 집 앞 우물에 소금을 붓는다. 문 앞에는 오물을 투척한다. 각종 악기로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모두 흥분 상태다. 광란의 축제인 셈이다.

이 책에 묘사된 샤리바리의 모습이다. 성()적 일탈을 일으킨 사람의 집을 방문해 소란이나 조롱으로 처벌하는 유럽인의 관행이다. 요즘 시각으로 보면 범죄 행위지만 저자는 유럽사회의 민중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지적한다.

샤리바리를 할 때 청년들은 동물 마스크와 동물 가죽을 입는다. 털이 덥수룩한 괴물로 변장하는 것. 그들이 응징해야 할 성 일탈자를 동물 혹은 괴수로 보기 때문. 동물은 인간의 성적 욕망, 나아가 잠재된 성적 일탈을 향한 본성을 상징한다.

그런데 샤리바리를 당하게 되는 대상을 보면 조금 우습다. 대상자는 근친상간이나 간통한 사람, 불임부부, 재혼자 등이다. 재혼이나 불임까지 샤리바리를 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세 유럽인은 성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토대라고 생각했다. 간통, 근친상간도 공동체 내 기강을 흩뜨려 구성원 간 결속을 약화시키지만 재혼이나 불임도 다산()의 가능성을 낮춰 공동체를 망친다고 본 것이다. 노동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샤리바리는 쾌락적 집단행위가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상황2

2009년 8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내 대형광장에서 상의를 벗고 가슴을 드러낸 여성이 나타났다. 가슴에는 우크라이나는 매음굴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주체는 페미니스트 단체 페멘(Femen)이었다. 보수적인 우크라이나 사회는 큰 충격에 빠진다.

성()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책인 페멘은 억압적인 성문화에 대한 해방을 이야기한다. 평범한 20대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세계적 여성운동의 상징이 되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소도시 흐멜니츠키에 살던 안나 훗솔, 사샤 셰브첸코, 옥산나 샤스코는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에 자리 잡은 자본주의의 폐해에 눈을 뜬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정부 묵인하에 섹스 산업이 성행했고, 수많은 여성이 희생양이 됐다. 세 여성은 자본에 의해 여성의 신체가 박탈당했다고 생각했고 역으로 몸을 이용한 여성해방 운동을 계획한다. 시위 때마다 상반신을 벗고 머리에 화려한 화관을 쓰고 가슴 부위에 상징적 문구를 적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들의 행동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 세계로 확산됐다. 현재 프랑스, 독일, 브라질, 이집트에 페멘 지부가 생겼다. 페멘은 여성의 지위 향상뿐 아니라 경제적 약탈, 독재 등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해 시위를 한다. 가슴을 드러낸 그들은 말한다.

부끄러움은 없습니다. 시위를 벌이는 순간 엄청난 흥분과 기쁨이 몰려와요. 우리의 육체적 능력이 증폭됩니다. 완전한 자유를 느낍니다.

비슷하다. 샤리바리를 하는 청년들도 간혹 축제와 같은 황홀한 흥분을 느꼈다. 억압과 해방.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인간의 본성과 연관됐기 때문이리라.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