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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왕실 세대교체 바람...영은 무풍지대

유럽 왕실 세대교체 바람...영은 무풍지대

Posted June. 04, 2014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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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왕실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군주가 바뀐 데 이어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도 2일 아들에게 왕위를 넘겼다. 고령의 국왕들이 잇따라 물러나면서 88세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퇴위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를로스 국왕(76)은 이날 TV에 나와 펠리페 왕세자가 왕위를 물려받을 준비가 됐고 젊은 세대의 추진력으로 희망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며 왕위에서 물러나겠다고 공표했다.

카를로스 국왕은 1975년 11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사후에 왕위에 오른 뒤 39년간의 재위 기간 중 스페인의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페인인으로 꼽힐 정도로 국민의 사랑도 받았다.

왕위를 물려받을 펠리페 왕세자(46)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요트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등 젊고 건강한 이미지로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다. 카를로스 국왕이 스페인 역사상 가장 준비된 왕세자라고 칭찬한 그는 왕실의 잇따른 추문 등으로 입헌 군주제에 대한 지지도가 50% 밑으로 떨어진 스페인 왕실을 부흥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유럽 왕실의 왕위 이양에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 등이 작용하면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를로스 국왕에 앞서 지난해 1월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이 75세의 나이로 왕세자 빌럼 알렉산더르에게 왕위를 넘겼다. 네덜란드에서는 베아트릭스 여왕까지 3차례 연속 국왕이 스스로 물러났다. 7월엔 알베르 2세 벨기에 국왕이 79세로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아들 필리프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앞서 왕위를 넘긴 국왕들보다 나이가 더 많고 재위 기간도 62년에 이르기 때문에 조기 퇴위 가능성이 계속 나온다. 하지만 영국 왕실의 전통과 문화를 고려할 때 생존한 왕이 자리를 내주는 일은 벌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다. 영국 왕실의 후계자는 대부분 전임 왕이 사망한 다음에 즉위했다.

역사학자 케이트 윌리엄스 씨는 여왕은 자신의 책무가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며 신만이 이를 빼앗아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영국에서 생존한 왕이 젊은 후계자에게 자리를 내주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흔 살을 바라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최장기 재위 기록(64년) 돌파도 예상된다.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