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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공영방송 KBS 보도개입 사실인가

Posted May. 20, 20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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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TV수신료로 제작되는 공영방송 KBS가 심각한 신뢰 위기에 봉착했다. 어제 KBS 기자들은 정부와의 유착설을 들어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KBS 부장단 18명도 지난주 총사퇴해 뉴스 제작이 차질을 빚었고 야당 추천 KBS 이사들은 이사회에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제출했다.

KBS 사태는 지난주 김시곤 보도국장이 보도와 청와대 출입기자 인사에 청와대가 관여했다고 폭로하고 사퇴하면서 불거졌다. 전직 국장이 된 그는 16일 KBS기자협회 긴급 총회에서 길환영 사장이 나의 사퇴가 청와대 뜻이라고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에서 해경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나에게) 전화를 해왔으나 보도가 계속 나가자 사장이 불러 같은 얘기를 했다며 청와대가 길 사장에게 압력을 넣었음을 시사했다.

길 사장은 어제 기자들 앞에서 김 전 국장과의 업무 대화가 과장 왜곡된 것이라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가 보도본부의 비민주적 취재보도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할 기회라고 밝혔지만 자신이 처한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엉뚱한 데 화살을 돌리는 것 같다. 김 전 국장의 폭로는 꾸며낸 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구체적이다. 외압에 맞서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야 할 KBS사장과 보도국장이 대통령을 들먹이며 뉴스 왜곡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공영방송의 민망한 맨얼굴을 보여준다.

청와대는 KBS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도 실패로 인정한 해경의 구조업무에 대해 비판보도를 말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방송장악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계속 강조했다. 대통령 비서실이 신문을 비롯해 다른 언론이 질타한 해경의 문제점을 축소해 보도하라고 KBS를 압박했다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친 중대한 문제다. 김 국장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면 청와대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할 것이다.

KBS는 한국 대표 방송이자 국가 재난 주간 방송사다. 국가적 재난이 닥치면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세월호 참사 속에 KBS가 자중지란을 벌이는 모습을 보는 시청자는 수신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 코드에 맞춘 낙하산 인사와 노조의 저지 투쟁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 사장 자리를 정권 창출에 따른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한 우리는 책임 있고 독립적인 공영방송을 보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