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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 주고, 20만원 깎아결국 0원

Posted May. 15, 20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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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인 39만4000여 명의 노인은 7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연금을 20만 원 받을 수 있지만 기초연금 액수만큼 정부에서 현금으로 주는 생계급여(생계비)가 깎이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아도 정부가 주는 지원액 전체는 결국 차이가 없게 돼 기초연금 혜택을 못 본다는 것이다.

올해 최저생계비는 60만3403원(1인 가구 기준). 정부가 기초수급자에게 현물로 지원하는 의료비 교육비 등 타 지원액을 뺀 금액이 현금급여 기준액이다. 1인 가구의 경우 타 지원액은 11만5340원. 여기서 정부가 주거 임차료, 유지수선비 등 주거에 필요한 금액을 지원하는 주거급여(10만7532원)를 뺀 금액인 38만531원을 생계급여로 받는다.

기초수급자의 소득인정액에는 7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연금도 포함된다. 기초연금을 20만 원 받으면 정부는 생계급여액에서 20만 원을 뺀 18만531원을 준다는 것이다. 기초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이 많아지면, 정부에서는 생계급여를 덜 지원해도 당사자의 총소득은 최저생계비 이상이 된다. 그러니 정부는 당사자의 소득만큼 깎은 생계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결국 기초연금을 받으나 안 받으나, 정부에서 받는 금액은 38만531원이어서 기초수급자에게는 기초연금제도가 있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와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가장 빈곤한 노인들이 기초연금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4일 요구서를 배포하고 기초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을 계산할 때 기초연금 수입은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반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으로 산정하지 않으면 기초수급자의 가처분소득(생계급여+기초연금)이 차상위계층보다 더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소득의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기초수급자는 계속 수급 상태에 남으려고 하고 차상위계층은 수급자가 되려고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기초수급자들에게 주는 복지급여가 충분하면 기초연금을 중복 지급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기초수급자들에게 최소한의 품위 있는 생활도 하기 힘든 수준의 적은 금액을 주고 있으면서 기초연금을 받았다고 지원액을 깎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