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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 옮기는 교사

Posted May. 14, 201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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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 시체 빼라고 (미국이) 잠수함 보내줬고요. 하여튼 솔직히 9500억 벌었으니까, 세월호 만든 것도 아니고, 만들어 놓은 거 한번 갔다 와라 해가지고 그냥, 한국 왔다는데, 두 대 왔대, 잠수함. 걔네는 구조할 일이 없으니까 놀고 있는 거야.정말 딜(협상)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우리나라, 바보 같은 게. 반미()가 기조에 깔린 짜깁기 유언비어다. 경기 성남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생물 교사(29여)가 지난달 22일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한 말이란다.

당시는 세월호가 침몰된 지 1주일 뒤로 실종자에 대한 구조 작업이 한창일 때였다. 한 학생이 시민단체에 보낸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경악할 수준이다. 국회가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안을 통과시킨 것을 빗대 미국이 9500억 원을 받은 대가로 세월호 사고 수습에 잠수함을 2대 보내놓고선 할 일 없어 놀고 있다고 했다. 그만 공부하자고 오히려 교사를 제재한 것은 학생이었다. 교실이 거꾸로 된 것이다.

신고 학생은 선생님이 국가정보원이 이미 (세월호에서) 시체를 다 찾아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찾은 것처럼 구라(거짓말)를 치려 한다고 말했다고도 주장했다. 국정원이 해당 교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어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렇게 일하기 싫으면 정부를 없애든지 짜증 나 어선들은 그 배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게 7시에서 7시 반 사이라거든. 근데 왜 그 시간은 안 보여주지? 진짜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어, 언론도 통제 당하고 있고라는 주장도 들어 있다.

교사가 근거도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떠돌아다니는 유언비어를 사실인 양 얘기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 것은 본말전도()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간제 교사의 자질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SNS에 떠다니는 말들을 그대로 옮긴 여교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학생의 스마트폰이었다. 정보화 시대의 그늘이다.

최 영 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