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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여는 가족애

Posted May. 10, 201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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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은식 씨(34)는 어버이날 하루 전인 7일 퇴근 후 카네이션을 사들고 부모님 집을 찾았다. 지난해까지 카네이션은 두 살 어린 여동생의 몫이었고, 김 씨는 안부 전화 한 통에 용돈만 드리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꽃과 함께 직접 카드도 적어 드렸다. 김 씨는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가족을 한 번이라도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손 편지도 썼다. 결혼한 후에는 용돈 드리는 거 말고는 신경을 못 썼는데 이제는 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 이가 많다. 이런 생각이 소비행태에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카네이션 판매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부터 8일까지 카네이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늘었다. 편의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븐일레븐의 카네이션 매출(18일)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했다. CU도 점포당 카네이션 판매가 지난해보다 12% 늘었다고 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작은 꽃집을 운영하는 정수영 씨(61여)는 예년에는 어버이날 당일 밤늦게까지 카네이션을 팔았는데 이번에는 오후 6시쯤 다 팔렸다. 꽃이 없어 발길을 돌린 손님도 많았다고 말했다.

편지지와 카드 매출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18일 이마트의 편지지와 카드 판매는 지난해보다 30% 증가했다. 이마트는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