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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홍명보호 최종엔트리 발표

Posted May. 09, 201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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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안도하기도 했어요.

휴대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예상 밖으로 덤덤했다. 4년 전의 악몽 탓에 밤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8일 TV로 생중계되는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할 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공격수 부문에서 구자철(마인츠05) 다음으로 이근호를 호명한 뒤 졸았던 마음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흥분할 법도 했지만 아주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근호(29상주 상무)가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됐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본선을 앞두고 마지막 떠난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지에서 탈락의 아픔을 겪고 유니폼을 휴지통에 던지고 왔던 4년 전의 기억을 이제야 떨치게 된 것이다. 이근호는 당시 월드컵 예선에서 펄펄 날아 본선 티켓 획득에 큰 기여를 했고 본선에서도 활약이 기대됐지만 막판 컨디션 저하로 슬럼프에 빠지면서 결국 허정무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4년 전 기억을 안 떠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계속 최종엔트리 발표에 신경이 쓰였다. 월드컵 출전은 오랫동안 바랐던 일이다. 너무 기쁘다.

경북 문경의 상무 부대에서 훈련 중인 이근호는 홍 감독이 자신을 선택해준 것을 소중한 기회라고 표현했다. 그는 진짜 준비 많이 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아픈 경험을 겪었기 때문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 월드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근호는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이 끝난 뒤 왼쪽 무릎이 부어올라 마음을 졸여야 했다. 수술 얘기까지 나왔지만 다행히 휴식과 재활로 완치할 수 있었다. 박항서 상주 감독의 배려도 무릎을 빨리 낫게 했다. 박 감독은 이근호의 월드컵에 대한 열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 K리그에 출전시키지 않고 쉬게 했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필드플레이어로 선발된 국내파 3명에 이근호가 끼었다니 상주 구단으로서도 영광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근호가 군인정신이 철저하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잘할 것이라며 씩 웃었다.

6월 병장으로 진급하는 상병 이근호는 지난해부터 군인 선수로 빛나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득점왕(15골)을 차지하며 팀을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시켰다. 그는 입대 전에는 운동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상무의 시설과 시스템이 아주 좋아 훈련을 잘할 수 있었다. 또 축구를 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며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후배들에게 상무 입대를 권유하고 있다.

인천 만수북초와 부평중고를 나온 이근호는 인천 유나이티드(2005년)로 프로에 데뷔했고, 대구 FC를 거쳐 2012년 울산 현대에 둥지를 틀며 K리그 최고 공격수 대열에 섰다. 당시 리그에서 8골을 터뜨렸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해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그해 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