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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한 살 국방통 주한 미국대사

Posted May. 03, 2014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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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부 시절 주한 미국대사 도널드 그레그는 한국인 지인들에게 특정인을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하며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칭찬하곤 했다. 주한 미대사가 언제든지 한국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고 자랑하는 시대였으니 권력층 동향에 밝은 것도 사실이었다. 내정 간섭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권력층과 자주 접촉하던 미대사의 처신은 역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레그는 반미 시위대가 관저로 몰려오는 바람에 침대 밑으로 숨는 곤욕을 치렀다. 그가 언급했던 인물은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

주한 미대사는 한국이 여전히 가장 중시하는 외교사절이지만 달라진 것도 많다. 미대사도 이제는 한국 대통령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주로 은퇴를 앞둔 인물을 보내던 미국의 인사 관행도 변했다. 그레그를 포함해 대부분의 미대사가 서울 근무를 마지막으로 은퇴했지만 크리스토퍼 힐은 주한대사 재임 7개월 만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로 발탁됐다. 그는 이어 주이라크 대사까지 지냈다. 성 김 현 대사도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국무부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주한 미대사로 내정된 마크 리퍼트 국방장관 비서실장도 새로운 인사 스타일을 보여준다. 41세인 그는 역대 주한 미대사 가운데 최연소다. 미대사관의 카운터파트인 한국 외교부의 과장급보다 젊다. 그렇다고 외교에서 나이를 문제 삼을 건 아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불과 39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47세에 미국의 최고 지도자가 됐다.

리퍼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수석보좌관, 국방부 아태 차관보를 역임한 아시아 전문가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언제든 전화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아태 차관보 시절 리퍼트를 여러 차례 만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안보 이슈가 최대 현안인 한미관계를 고려해 NSC와 국방부 경험이 있는 인물을 기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백악관과 통하는 미대사 부임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한국 외교의 능력에 속할 것이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