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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투자는 가장 시급한 복지다

Posted May. 02, 201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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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열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안전에 대한 국가 틀을 바꾸는데 예산을 우선순위로 배정하고 인력과 예산을 중점 지원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성장 일변도로 치달은 우리사회 현주소를 자성하고, 내년 재정계획을 짤 때부터 재난 안전 예산을 먼저 확보하라는 국정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최근까지 복지는 국가재정의 블랙홀이었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복지요구를 뒤따라가는데 급급해 복지 지출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쳐도 증가율만은 가팔랐다. 올해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돌파했지만 급격한 복지확대에 재난 안전 예산은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재난관리 예산을 연평균 4.9%씩 줄이기로 돼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재정운용 전략에 대한 반성과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지만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기본책무다. 본래 적의 침입이나 자연재해로부터 공동체를 지킨 것이 국가의 기원이었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놓고 논란이 뜨거웠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안전보다 더 중요한 보편적 복지는 없다는 점을 깨달게 됐다.

본보가 어제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재난 위험 등급을 받은 학교건물을 개축하는 비용이 안전예산이다. 무상급식과 붕괴위험의 학교시설 개축을 놓고 학부모들에게 선택을 요구할 경우, 무상급식을 택할 학부모가 과연 있을지 궁금하다. 학교를 비롯한 다중 이용시설에 효율적 재난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는 것도 안전 예산에 포함돼야 한다.

정부는 신설될 국가안전처를 중심으로 부처별로 쪼개진 재난 및 안전 관련 예산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각 부처마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꼼꼼히 점검하고 최우선적으로 예산을 짜는 것이 먼저다. 재난대비를 위한 예산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안전 투자는 국방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만에 한번 있을지 모르는 재난이나 사고에 대비하는 비용이다. 안전과 복지 예산을 늘리되 불요불급()한 사업을 없애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