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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가 반한 23세 스타, 그 곁엔 25세 누나

Posted April. 30, 201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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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열(23)은 취리히클래식 우승으로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진기록 하나를 세웠다. 미국이나 호주 국적이 아닌 선수로는 시즌 개막 후 24개 대회 만에 처음 정상에 올랐다.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각축을 벌이는 미국PGA투어에서 우승 쏠림 현상을 깼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투어 홈페이지는 노승열의 우승을 다각적으로 분석한 기사를 쏟아내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허리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는 악재 속에서 새 얼굴의 등장을 흥행 호재로 반겼다.

노승열은 우승 후 최근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자극제가 됐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조던 스피스(21), 패트릭 리드(24), 러셀 헨리(25), 해리스 잉글리시(25), 로리 매킬로이(25) 등 정상급 실력을 갖춘 유망한 영건의 대열에 노승열도 포함시켰다. 노승열은 대회 3라운드까지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고, 4라운드에서는 고비 마다 전혀 흔들림 없이 냉철하게 코스를 공략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첫 승이 결코 요행의 산물이 아니라는 분석도 곁들여졌다.

핑크빛 전망을 듣기까지 노승열은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지난해 노승열은 13차례나 예선 탈락했고 톱10에는 한 차례만 드는 부진에 허덕였다. 마지막 라운드에 1타 차로 순위가 10등 이상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타수를 잃지 않으려 집착했고, 그러다 보니 몸이 경직돼 스윙이 제대로 안됐다. 그래서 모든 라운드를 첫날 경기하듯이 부담 없이 치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보기를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스스로 편안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는 노승열의 곁에는 늘 누나 승은 씨(25)가 있었다. 노승열은 미국PGA투어에 데뷔한 2012년부터 누나와 동행하고 있다. 자신을 뒷바라지하던 아버지가 갑상샘암 진단을 받아 투병에 들어갔기 때문. 누나는 그림자처럼 동생을 따라다니며 숙식 해결, 운전, 항공권 예약뿐 아니라 인생 카운슬러까지 일인다역을 수행했다.

노승은 씨는 승열이가 지난해 참 열심히 했는데도 슬럼프에 빠져 가족 모두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버지까지 암이 재발해 더욱 힘들었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도 성적이 안 나오니까 귀국까지 참았다고 말했다. 동생이 낙심할까봐 평소보다 장난도 많이 쳤다는 누나는 지난해 11월 장만한 미국 댈러스 집에 있을 때는 음식 장만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동생이 28일 생애 처음으로 PGA 투어 트로피를 드는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보던 누나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들었다. 강원 고성군 자택에 머물고 있는 아버지 노구현 씨(51)는 처음에 남매가 미국에서 돌아다닐 때는 걱정이 많았다. 성인이 되면 다들 독립하는 현지 분위기와 달라 주위에서 이상하게 보기도 했다. 승열이가 누나를 참 많이 따른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흐뭇해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