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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2번 얻고 약속 정치 잃다

Posted April. 11, 2014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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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2번은 살았지만, 약속 정치는 죽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면서 남긴 성적표다. 기초선거에서 전통적 기호 2번을 단 후보를 공천하게 됐지만 지난달 2일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내건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약속 정치의 깃발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지 38일 만의 내홍은 안철수 리더십의 상처로 남게 됐다.

새정치연합이 실시한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은 53.44%,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46.56%로 집계됐다. 국민여론조사에서는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50.2%로,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49.8%)보다 약간 앞섰다. 그러나 당원투표의 경우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57.1%로,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42.9%)보다 높게 나타났다. 근소한 차이이지만 기초선거 공천을 요구하는 당심()이 이번 재검토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 결과 발표 후 안 대표는 국회에서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과정이나 이유는 불문하고 약속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정치인 안철수의 신념이 당원 전체의 뜻과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당원의 뜻은 일단 선거에서 이겨 정부여당을 견제할 힘부터 가지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승리를 위해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모두 흘리겠다. 제가 앞장서서 최선을 다해 선거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안 대표는 당론 재검토를 위한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결정한 뒤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날 오전 발표가 나오자 주류 측 최원식 전략기획본부장은 당직을 사퇴했다. 당초 조사 결과 발표 후 예정된 기자회견도 6시간이나 늦춰지면서 안 대표도 한때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일단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친노(친노무현) 좌장 격인 문재인 의원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승리에만 매진할 때라고 말했다. 당분간 안철수-김한길 체제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 과정에서 쌓인 주류 측과 친노 강경파 그룹의 앙금은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친노(친노무현) 강경파들이 무공천 철회를 요구해 당론 재검토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에 양측의 반목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불과 55일 남겨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또 다른 내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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