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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억류 선교사 회견공개 대남 협상카드로 쓰나

북, 억류 선교사 회견공개 대남 협상카드로 쓰나

Posted February. 28, 201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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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에 들어갔다 체포돼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던 개신교 선교사 김정욱 씨(50)가 27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당국에 선처를 호소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8일 붙잡혔다며 반국가 범죄 혐의로 억류됐고, 나의 행동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경과 교리 교육용 영상물 등을 갖고 평양에 들어갔으며 북한에 들어가기 전 수많은 정보요원을 만났고 수천 달러를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평양에 잠입한 정체불명의 남조선 첩자를 체포했다고 발표했으나 당시 김 씨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김 씨는 2007년부터 중국 랴오닝() 성 단둥()의 지하교회에서 탈북 주민 등에게 숙식을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상반기 중국 공안이 교회에서 생활하던 북한 주민들을 강제 북송하자 그해 10월 7일 압록강을 건너 평양에 들어갔다 체포됐다.

김 씨는 저는 북에 기독교 나라를 세우려면 현 정권과 정치체제를 붕괴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국가정보원의 도움을 받았다며 남조선 첩자라는 북한의 주장을 순순히 시인했다. 그는 이 말을 하던 중에 한동안 입을 다문 채 침묵하기도 했다.

김 씨는 기자회견에 나온 이유와 관련해 가족에게 건강하게 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북한 당국이 자비를 보여 풀어주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외신기자들까지 불러 김 씨의 기자회견을 공개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뒤 이어질 남북대화에서 김 씨를 협상 카드로 쓰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김 씨의 석방을 통 큰 용단으로 양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정원 측은 국정원과 김 씨의 입북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국내에 체류 중인 김 씨의 부인 이모 씨는 얼굴이 초췌하지 않아 그나마 안심했다. 국정원 일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저쪽(북한)에서 협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에서는 북한 내 연락책이 평양에 가면 송환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고 꾀어 입북했다가 잡혔다는 유인 납북설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