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는 작년 8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대폭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국무조정실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 하겠다며 대표 사례 21건을 개선 시기와 함께 발표했다. 일명 밤의 카페로 알려진 빈센트 반 고호의 카페테라스 그림처럼, 유럽의 관광지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점 옥외 영업 허용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작년 말까지 풀겠다던 규제 7건 중 해결된 것은 3건에 불과했다.
야당의 반대나 법 개정작업에 막혀서도 아니다. 아직도 규제로 묶여 있는 4건 중 3건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정부가 해결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담당부처의 변명은 한가롭기까지 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임자가 추진하던 일이고, 규제를 푼다고 얼마나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당국자는 다른 업무가 많아 미처 신경을 못 썼다고 둘러댔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에서 규제개혁 업무 총괄하는 곳이 국무조정실이니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진돗개 정신으로 (규제개혁)하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규제개혁은 꿈까지 꿀 정도로 생각을 하고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정 총리는 규제개혁 약속만 해놓고 지금껏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청와대와 정부가 따로 논다는 얘기가 아니고 뭔가.
현오석 경제부총리 역시 어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정부가 과감하게 규제를 개혁할 테니 기업가정신으로 화답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과 총리, 부총리가 아무리 규제개혁을 외쳐도 공직자들은 남의 일처럼 여기는 현실을 모른다면 무능하고, 알고도 말만 계속하는 것이라면 무책임한 직무 유기다.
대통령이 임기 내내 규제개혁을 외쳐도 관료사회가 복지부동()이면 규제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 현 부총리가 조만간 발표할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는 규제를 대폭 풀어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긴다지만,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지 않으면 또 하나의 빛 좋은 청사진일 뿐이다. 정부는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더는 야당이나 이익집단의 발목잡기 탓을 하지 말기 바란다. 공공기관과 노조에 대고 연일 혁신을 촉구할 일만도 아니다. 관료와 공무원들의 자세부터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도 실패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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