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물러서지 않겠다는 정의구현사제단의 독선을 보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정의구현사제단의 독선을 보며

Posted December. 06, 2013 03:58   

中文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어제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한 사제단 소속 전주교구 사제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제단은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을 비호한 박창신 신부에 대한 비판을 양심의 명령에 따른 사제들의 목소리를 빨갱이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작태라며 신문과 방송의 악의적 부화뇌동도 한 몫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천주교내의 공식 조직도 아닐 뿐더러 규모도 크지 않고 대부분 특정 정치 세력에 편향된 목소리를 내온 단체여서 그 주장에 큰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한 사제단 일각에서는 박 신부 발언에 대해 가난한 사람을 위해 평생 일해 온 한 노신부가 어른으로 한 말씀으로 봐 달라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제단은 이번 지지 성명을 통해 그릇된 현실인식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성직자가 교회내의 문제에 대해 무슨 말을 하건 세속언론이 관심을 가질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성직자가 세속의 어느 정파를 지지 또는 비판한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하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연평도 포격 도발처럼 병사와 시민이 무고히 숨진 사건을 매도할 경우 비판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이를 두고 종교탄압 운운하는 것은 자신은 비판하면서 스스로는 어떤 비판도 받지 않겠다는 지극히 독선적 태도다.

프란시스코 1세 교황은 올 9월 정치개입을 주제로 한 강론에서 훌륭한 가톨릭 신자는 정치개입을 하지만 그것은 정치가들을 규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비록 사악한 정치인이라도 선한 통치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이 강론은 최근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이 가톨릭 신자는 세상의 부조리와 불평등을 변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말되 그 방법은 복음적 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천주교의 정치개입 교리가 어떻든 종교인들은 세속의 일은 세속에 맡겨두라고 말하고 싶다. 종교인이 선동하듯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나라도 성숙했다. 세속에도 여야가 경쟁하고 있고 정치를 감시하는 시민사회가 작동하고 있으며 인터넷의 발달로 여론의 힘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선거의 공정성을 얼마나 훼손했는지 현명한 국민이 각자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