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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질 높은 자율형 공립고 폐지할 일 아니다

교육의 질 높은 자율형 공립고 폐지할 일 아니다

Posted October. 08, 201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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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고교 평가 결과 자율형공립고(자공고)의 학력 수준과 교육 여건, 학부모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입시정보업체인 하늘교육과 함께 3년째 실시한 전국 1666개 일반고 평가에서 자공고 116곳 중 21곳(18%)이 시도별 상위 20곳에 들었다. 청원고(충북 1위), 점촌고(경북 3위), 충남고(대전 4위) 등은 최상위권이다.

자공고는 낙후 지역에 위치한 일반계 공립고를 선정해 학교 운영에 자율성을 주고 연 2억원의 추가 예산을 지원한다. 학교 측은 학업에 열의가 있는 신입생을 위주로 선발한다. 이번 평가 결과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학교의 노력과 학생들의 학구열에 따라 얼마든지 학력()을 올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도 자공고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의 블로그에도 2011년 3월 남양주 별내 청학고, 자립형 공립고(자공고) 선정. 박 의원 노력 결실을 맺어라는 내용이 게시돼 있다.

그러나 올해 8월 정부는 5년의 자공고 지정 기간이 끝난 뒤 일반고로 전환해 2018년까지 없앤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자공고와 자사고, 특수목적고에 밀려 크게 위축된 일반고를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자칫 자공고와 자사고의 성과까지 사라질 우려가 있다. 위축된 일반고에 자율성과 책무성을 줌으로써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잘하고 있는 자공고와 자사고를 없앤다니 안이하고 퇴행적인 정책이다.

자공고 이외에 동아일보 고교 평가에서 성과를 낸 고교들은 학교와 교사의 열의가 두드러졌다. 국립인 전북대사범대부설고는 2011년 전북 13위, 2012년 7위에서 올해 1위로 올랐다. 교사들 절반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남아 학생들을 지도할 정도로 열정이 남다르다. 이번 평가에서 일찌감치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목표가 뚜렷해지면서 더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자녀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아 제 힘으로 계층이동을 하는 것을 최선의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꼽는다. 정부는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 있는 자공고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일반고 모두를 자공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