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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구한 아내들

Posted October. 01, 201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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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남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와 바람을 피운 사실이 드러났을 당시에 힐러리는 남편이 밉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회고록에서 남편이 불륜을 고백했을 때 목을 비틀고 싶었다고 밝혔다.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뉴욕에서 호텔 여직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을 때 아내 안 생클레르는 단 1초도 남편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클레르는 언제 진심을 밝힐지 모르겠다. 정치인보다 더 정치인다운 아내들이다.

1963년 영국은 프로푸모 스캔들로 발칵 뒤집혔다. 당시 존 프로푸모 영국 국방장관은 21세의 콜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그 콜컬은 소련군 장교의 애인이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전쟁 영웅이었던 프로푸모는 순식간에 조국의 배신자가 됐다. 아내 홉슨만 남편 쪽에 섰다. 홉슨은 죽을 때까지 남편은 후회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며 그의 편을 들었다.

어제 채동욱 검찰총장의 퇴임식에 채 총장의 부인과 작은딸이 참석했다. 검찰총장의 퇴임식에 그 가족도 참석하는 것은 관행이다. 그러나 채 총장의 경우는 혼외자() 의혹이 발단이 돼 사임하는 것이어서 가족의 참석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가족의 참석이 그의 결백을 보여주는 것인지, 그의 실수를 가족이 용서했다는 것인지 알 도리는 없다.

채 총장은 퇴임사를 통해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큰 힘이 되어준 아내, 하늘나라에서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딸,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 준 작은딸을 일일이 거론하며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채 총장은 뇌성마비로 4년 전 하늘나라로 간 큰딸을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하고 바로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결백 입증은 그 길뿐일 것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