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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가족이 함께 보는 추석 보름달

남과 북의 가족이 함께 보는 추석 보름달

Posted September. 18, 20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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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이나 되는 추석 연휴를 맞아 3500만 명이 고향을 찾아 설레는 발걸음을 시작했다. 팍팍했던 일상을 벗어나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지들이 조상 묘를 찾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가족애를 되새기는 시간이다. 일년 중 가장 둥글다는 추석 보름달은 장소와 이념을 가리지 않고 인간의 삶을 푸근하게 굽어본다. 휴전선 남쪽에 뜨는 보름달은 북쪽에서 바라보는 바로 그 보름달이다.

민족이 대이동하는 추석에도 그리운 가족을 만나지 못해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다. 적십자사에 북한에 사는 이산가족을 찾아 달라고 신청한 12만8842명 가운데 5만5960명이 사망하고 7만2882명이 이제나저제나 북녘의 형제, 자녀, 친척을 상봉할 날을 애타게 기다린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220km 정도니 차로 2시간 반이면 닿는 거리다. 하지만 1948년 남북에 분단정부가 수립된 이후 남북 이산가족의 자유로운 통행을 막고 있는 군사분계선은 65년이 지난 오늘도 높고 견고하다.

그제 남북은 25일부터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상봉 대상자의 최종 명단을 교환했다. 남측 상봉단 96명이 25일부터 2박 3일간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고, 2831일 북측 상봉단 100명이 그리운 형제자매들과 감격의 상봉을 한다. 2010년 추석 상봉 뒤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3년 동안 막혔다가 가까스로 이뤄지는 이산가족의 만남이다. 다음달 남북 각각 40가족이 화상() 상봉을 하고, 11월에도 이산가족 대면() 상봉이 예정돼 있다. 역대 정부가 숙원사업으로 추진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반갑다.

이제는 남북이 적당히 타협해 이벤트성으로 벌이는 이산가족 상봉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 상시적으로 이산가족의 생사와 주소확인 작업을 하고 서신()의 자유로운 왕래도 보장돼야 한다. 한 번 만난 가족들이 언제든 상설 면회소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반세기 이상 헤어져 살았던 가족들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몇 시간 동안만 형식적으로 만나게 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다. 기약할 수 없는 생이별을 다시 강요하는 방식은 만남의 기쁨보다 더 긴 헤어짐의 고통을 요구한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체제불안 요소로 보는 것이 문제다. 북한은 쌀이나 비료 지원 등을 위한 협상카드로 이산가족 상봉을 활용하던 태도를 버리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통 큰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