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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 한방에 무릎 꿇은 채 검찰총장 떳떳하지 못했다

감찰 한방에 무릎 꿇은 채 검찰총장 떳떳하지 못했다

Posted September. 14, 201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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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여주인 Y씨와 사이에 혼외() 자식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가 채 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힌 직후다. 채 총장은 부산동부지청 근무 시절 만난 술집 여주인과 사이에 낳은 아이가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사실무근임을 강조하며 완강하게 버텼지만 법무부가 감찰에 착수하자마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물러나면서도 혼외 자식에 대한 보도는 사실 무근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할 만큼 폭발력 있는 사안이었으나 그가 이제 공인이 아니기 때문에 혼외자녀 논란은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무부는 국가의 중요한 사정기관 책임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감찰 착수 배경을 밝혔다. 채 총장은 법무부가 조선일보 보도 직후 논란이 1주일 가량 지속됐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 이틀만에 전격적으로 감찰을 발표한 것을 물러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채 총장은 설혹 혼외 자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감찰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채 총장과 알고 지낸 Y씨는 얼마 전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서 채 총장이 자기 아이의 아버지임은 부인했으나 1999년 부산동부지청 검사 시절부터 오랜 기간 알고 지내고 아이 학적부에 아버지 이름을 채동욱이라고 올리고 자기 식구들에게까지 채 총장이 아이 아버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채 총장은 혼외 자식은 부인했으나 이런 사실에 대해서까지 부인하지는 않았다. 검찰총장이 계속 이런 논란에 휩싸여 있으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고 검찰조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혼외자녀의 사실여부를 떠나 채 총장으로선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법무부가 감찰 착수를 발표하기 하루 전 채 총장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과는 별도로 유전자 검사 실시도 추진하겠다고 밝혀 신속히 의혹 해소를 다짐했다. 물론 유전자 검사는 Y씨가 동의해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채 총장의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설사 Y씨가 동의하더라도 현재 아들이 미국 체류 중이어서 언제 성사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동안 청와대가 국정원 댓글 수사 등과 관련해 채 총장을 갈등을 빚고 있는 분위기 였던 것은 감지할 수 있었다.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의 경질도 그런 시각에서 보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데 해대 청와대의 반발이 컸다고 한다. 야권에서는 이를 물고 늘어지면서 박 대통령을 계속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야당은 채 총장의 사퇴를 정치적 압박과 연결시키려 할 것이다.

채 총장이 법무부의 감찰 착수에 즉각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직전의 강경한 태도에 비춰 당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제청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의 불신임을 표명한 마당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혼외 자식이 사실이 아니었다면 유전자 검사를 그렇게 쉽게 포기할 일은 아니었다.

채 총장은 사의 표명으로 공직자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아무도 이제는 그에게 혼외 자식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고 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사임의 변에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이나 유전자 검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총장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소송이나 검사를 진행할지는 불확실하다. 한 나라를 진실공방으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이 유야무야 끝난다면 너무 허망하다.

혼외 자식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채 총장이 보인 반응은 나는 모르는 일이었다. 상식 밖으로 미온적인 것이었다. 이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의 강도를 높였지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라도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은 한참 늦게 나왔다.

채 총장은 검찰총장 추천위원회를 거친 최초의 총장이다. 이명박 청와대의 인사검증과 국회의 인사청문회도 거쳤다. 그럼에도 Y 여인은 그 어떤 검중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검증시스템의 부실이다. 청와대는 검증시스템의 강화와 함께 신속히 신망이 높은 검찰 총장을 조속히 임명해 흐트러진 검찰 조직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