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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창업환경 51점 돈에 눈 멀었다 폄하 여전

국내 창업환경 51점 돈에 눈 멀었다 폄하 여전

Posted September. 02, 2013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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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아산나눔재단의 제2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결선 현장. 10개 참가팀(대학생 및 대학원생 42명)은 5월부터 3단계 관문을 통과했다.

대회장은 이들이 뿜어낸 창업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팀마다 10분간 프레젠테이션(PT)이 끝나면 타깃 고객층이 불명확하다 진입장벽이 낮아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셀 것 등 날카로운 심사평이 이어졌다. 일부 참가자는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 자식 같은 창업 아이템에 대해 내려진 혹독한 평가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참가팀들은 하나같이 언제가 됐든 반드시 창업에 도전할 것이라는 의욕을 내비쳤다.

과연 이들은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을까.

동아일보는 대회 결선이 열리기 전 모든 참가자(42명)를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절반에 가까운 참가자들은 청년 창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가장 아쉬워했다. 마치 창업을 한다고 하면 객기 어린 무모한 도전이라거나 돈에 눈이 멀었다며 폄하해 버리는 시선이 청년 창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청년 창업 여건은 51점

국내 청년 창업 여건을 점수(100점 만점)로 평가해 달라고 하자 참가자 42명은 가장 적게는 10점부터 최고 90점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들의 평균 점수는 50.9점이었다.

참가자들은 청년 창업의 걸림돌로 19명(45.2%)이 청년 창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꼽았다. 주변의 시선이 정부 지원책 미흡(8명)이나 기업 및 기관의 관심 부족(4명)보다 더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요즘 창조경제란 말이 유행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막상 청년 창업가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색안경 낀 채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최영남 씨24서강대 경제학 3학년)

창업과 관련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응답자 3명 중 1명만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창업 관련 강의를 들어봤다고 답했다. 창업 관련 강의를 들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러웠다는 응답자들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기존 경영학 과목에 단순히 창업이라는 이름을 붙인 수준이었다며 창업을 한 선배들을 만나는 것이 훨씬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참가자들이 창업에 관련한 정보를 얻는 방법도 선배 등 주변지인이 42명 중 14명(33.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창업학회 및 동아리가 13명(31.0%)으로 뒤를 이었다. 창업 정보를 얻는 곳이 대학라는 답변은 고작 4명(9.5%)에 불과했다. 아트프리즘팀의 이상효 씨(21서울대 기계항공공학 2학년)는 창업을 처음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사업 아이템만큼이나 창업 절차를 배우는 것도 큰 고민며 대학 내 창업 세미나라도 활성화됐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스펙 쌓기 용 대회 참가도 있어

창업 경험을 마치 취업을 위한 하나의 관문 정도로만 삼으려는 일부 참가자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RE;SPACE팀의 여동인 씨(24연세대 기계공학 3학년)는 대회 참가를 하나의 스펙으로 삼거나 그저 상금을 타기 위해 나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창업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이들의 기를 죽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아트프리즘 팀장 이상민 씨(25서울대 기계항공공학 4학년)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청년 창업가가 실패의 확률을 줄이려면 선배들과의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예비 창업가들이 벤처 및 중소기업과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강화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내에서 30세 미만 사업자가 운영하는 벤처기업은 2006년 1410개에서 지난해 5483개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유인철 마젤란기술투자 상무는 대학생 창업은 주로 사업의 당위성을 설득하는데 함몰되는 바람에 사회공헌활동 성격의 아이템이 대부분이라며 사업의 명확한 수익 구조를 세운 뒤 창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