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카불 땅 1에 비극은 1000개"

Posted July. 20, 2013 04:16   

中文

요즘 세상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소설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어쭙잖은 신파나 구질구질한 방식이 아닌 세련되고 담담한 필체로 말이다. 한여름 밤에 장맛비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읽어 치운 뒤에도 애달픈 마음이 가시지 않아 밤 깊도록 잠 못 들게 하는 그런 책.

할레드 호세이니(48)의 신작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그래서 반갑다. 전작 천 개의 찬란한 태양(2007년) 이후 6년 만에 펴낸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난 호세이니는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한 뒤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아홉 살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열다섯 살에 미국으로 망명한 뒤 의사가 되었고, 의사 일을 병행하면서 틈틈이 영어로 쓴 첫 장편 연을 쫓는 아이(2003년)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주목받았다.

이번 소설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아프간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불안한 정치와 내전의 나라, 가난의 땅에서 태어난 죄로 굴곡진 삶을 헤쳐 나가면서도 결국엔 희망과 구원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을 그린 휴먼 드라마라는 점은 저자의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다.

1952년 아프간의 작은 마을 샤드바그에 사는 소년 압둘라와 여동생 파리는 가난 탓에 생이별을 하게 된다. 압둘라는 동생이 좋아하는 공작 깃털을 얻기 위해 깃털 주인에게 신발을 내주고 상처투성이 맨발로 집에 돌아올 정도로 동생을 끔찍이 아꼈다. 하지만 막일꾼인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곧 태어날 배다른 동생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여서 눈물을 머금고 파리를 부잣집으로 보낸 것. 파리는 말 그대로 손을 살리기 위해 잘라낸 손가락이었다.

소설은 파리를 카불로 보내기 전날 밤 아버지가 남매에게 들려주는 슬픈 동화로 시작한다. 옛날 옛적 농부 아유브의 집에 악마가 찾아와 다섯 자녀 중 가장 사랑스러운 막내아들을 잡아갔다. 막내의 목에는 방울이 달려 있었다. 아유브는 막내를 구하러 악마를 찾아가지만, 막내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곳에서 행복하게 뛰놀고 있었다. 고민 끝에 아유브는 막내를 남겨 두고 떠난다, 악마는 그런 아유브에게 집에 돌아가면서 먹으라며 물약을 준다. 아들을 잊게 만드는 망각의 약이었다. 아유브는 아들에 대한 기억이 지워졌지만 이따금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방울소리를 듣는다.

아버지가 들려준 동화는 곧 소설의 전체 줄거리를 암시하는 열쇠다. 압둘라와 파리의 이별을 중심으로, 입양을 주선한 외삼촌과 파리를 입양한 여자 시인, 아프간에서 의료 구호반원으로 활동하는 그리스인 외과 의사 등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가 60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아프간과 프랑스, 미국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이들 모두 사랑과 상처, 희생과 배신을 가슴에 품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1인칭과 3인칭 시점, 편지 글 또는 잡지 인터뷰 같은 다양한 형식을 구사하며 극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9장 각각이 독립된 단편소설처럼 전개되면서도 헤어진 오누이와 유기적으로 엮인다. 남매의 사랑과 이별이 메아리처럼 퍼져 빚어 낸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아프간은 우리에게 낯선 나라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외려 친숙하게 다가온다. 소련의 침공과 내전, 탈레반의 집권을 겪은 그들의 이야기에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그리고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서 고된 삶을 지탱해 온 우리네 민중의 모습이 겹쳐져서일까. 카불은 1제곱킬로미터에 비극은 1000개쯤 되는 것 같다는 소설 속 문장이 이를 압축한다.

소설의 제목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유모의 노래에 나오는 구절 그리고 모든 언덕이 울렸다에서 따왔다. 언덕보다 산이 많은 아프간의 지형을 감안해 언덕을 산으로 바꿨다. 아버지가 파리를 입양 보내기 위해 수레에 태우고 압둘라는 걷게 해 메마른 사막을 건널 때도 슬픔에 찬 그들을 고요히 지켜보고 있던 것은 산이었다. 그 산이 남매의 슬픔을 품고서 평생토록 잔잔하게 메아리친 것일까. 동화 속에서 울려 퍼진 방울소리처럼.

박수(작품성5점 만점)

눈물(감동과 슬픔의 정도)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