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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 부상속 비상문 열고 침착하라 2,3분새 50명 구출

갈비뼈 부상속 비상문 열고 침착하라 2,3분새 50명 구출

Posted July. 08, 201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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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사업가 벤저민 레비 씨(39사진)는 한국 영화 반창꼬(2012년)를 보고 있었다. 이 영화는 매일 목숨을 내놓고 사고 현장에 뛰어들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는 구하지 못한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업차 한국 출장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 눈길을 창 밖으로 돌린 레비는 이상한 기운을 직감했다. 그가 탄 비행기의 바퀴가 땅에 없는 듯 동체가 너무 낮고 빠르게 착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곧이어 쿵하고 비행기가 땅에 세게 충돌했다. 바로 옆에 앉은 남성이 머리를 의자에 세차게 부딪치고 주변 승객들이 갑작스러운 충격에 고통을 호소했다. 비행기 안은 갑자기 비명소리가 가득했고 혼돈 그 자체였다.

레비 씨는 영화 속 소방대원처럼 구조대원을 자처했다. 마침 그가 앉은 자리 30K는 비행기 오른쪽 날게 부분 바로 뒤편 좌석. 갈비뼈가 부러진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그는 차분히 일어나 비상문 레버를 잡아당겼다. 문은 열렸지만 비상 탈출하는 슬라이드가 작동하지 않았다. 문 밖에는 비행기 날개 파편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레비는 승객들이 비행기 밖 파편 조각들을 잘 딛고 내릴 수 있도록 도왔다.

승객들은 앞 사람이 밖으로 무사히 나갈 수 있도록 뒤에서 서로를 밀어줬다. 레비는 탈출하는 승객들을 향해 짐은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내리라고 소리쳤다. 그는 동요하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질서정연하면서도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레비는 그렇게 50여 명 승객을 밖으로 무사히 내보냈다. 레비의 침착한 안내로 화재 불꽃과 연기가 덮치기 전 2, 3분 내로 탑승객들은 빠르게 대피할 수 있었다. 승객들이 빠져 나가고 자신도 사고 현장을 탈출한 뒤 그 자신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레비의 이야기는 조지아 주 애틀랜타 지역방송 WSB-TV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됐다. WSB-TV는 전직 WSB-TV 직원의 친구인 레비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며 레비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레비도 그의 트위터를 통해 현재 정밀 검사를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과 가족들이 걱정된다는 글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당신의 용기에 감사하다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검사 결과 레비의 갈비뼈는 무사했으며 곧 퇴원했다. 레비 씨는 한국에 함께 갔던 안내와 두 아이는 먼저 샌프란시스코에 왔다며 가족들이 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