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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정보전쟁에서 한국 대사관은 안전한가

각국의 정보전쟁에서 한국 대사관은 안전한가

Posted July. 02, 201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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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수도 워싱턴의 각국 대사관과 뉴욕 유엔본부를 무차별로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직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보유한 비밀문건에 따르면 NSA는 각국 대사관의 통화 내역과 이메일, 문자메시지는 물론 대사관 직원들의 대화 내용까지 엿들었다. NSA가 감시한 38개 대상국 중에는 주미 한국대사관이 포함돼 있다.

스노든 X파일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달 초다. 스노든은 비밀문건을 근거로 NSA와 연방수사국(FBI)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규모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의 중앙서버에 접속해 일반 미국인들의 인터넷 접속 정보를 추적해 왔다고 폭로했다. 미국 정부는 테러범 색출 등 국가 안보를 위한 것으로 외국정보감시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지만 군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이번 비밀문건을 통해 미국이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청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때 미국과 패권을 다퉜던 러시아가 발끈한 데 이어 유럽연합(EU) 역시 G20 회의 도청과 관련해 우리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본 행위라며 현재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연기 또는 취소를 거론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해킹의 피해자라고 호소한 중국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게 됐다. 미국이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은 자업자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에서 지도국의 위치를 지킨 것은 세계인들이 미국의 권위에 정당성을 인정한데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미국은 보편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위법 행위를 저지른 의혹이 드러났는데도 다른 나라가 수집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외국 정보를 수집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변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다 하는 도감청인데 내부자 고발로 불편한 진실이 밝혀진 미국만 부도덕한 국가로 매도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불법적인 수단으로 정보를 수집한 것은 잘못이라고 깨끗하게 인정하는 것이 차라리 큰 나라다운 행동이다.

주미 한국대사관 도청 의혹에 대해 미국 정부는 어떤 목적으로 무슨 정보를 몰래 수집했는지 외교 경로를 통해 명확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재외공관의 도감청을 막기 위한 자체 보안 강화에 각별히 힘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