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스포츠 스타와 SNS

Posted June. 11, 2013 03:57   

中文

답답하면 너희들이 가서 뛰던지.

6년 전 축구 올림픽대표팀의 한 선수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런 글을 게재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전에서 졸전(0-0 무승부)을 펼친 데 대해 비난이 빗발치자 당시 18세이던 혈기왕성한 대표팀 막내가 사고를 친 것이다. 19만여 명이 그의 홈피를 방문했고 각종 포털 사이트 게시판엔 질책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결국 그는 하루 만에 공식 사과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또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그리고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리더의 자격이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예배 설교 말씀 중 일부를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황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그가 이달 열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3경기의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후 게재한 글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축구인과 누리꾼들은 감독을 겨냥한 발언 같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노이즈 마케팅까지 할 필요 없는 스포츠 스타이기에 안타깝다. 한국 축구의 주축 선수로 성장한 그가 더이상 위축되는 것은 원치 않기에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이미 첫 문장에서 누군지 눈치챘겠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장점이 많다. 국경을 초월해 실시간으로 수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 영향력이 막강하다. 튀니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트위터가 한몫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SNS에서 소문은 순식간에 확산된다. 만약 허위 또는 왜곡된 정보가 퍼졌다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 특히 흥분한 상태에서의 SNS 대응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한다.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의 공통점은 인기를 먹고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악플을 견뎌내는 내공은 연예인이 훨씬 뛰어나다. 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스포츠 선수들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예인은 악플도 관심의 표현이라 치부하고 이후의 이미지 메이킹에 신경 쓴다. 반면 이런 훈련을 받지 못한 스포츠 스타는 연예인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대중은 스포츠 스타에게 순수함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만약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그 선수는 집중포화를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포츠 스타들은 SNS 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자신을 비방하는 글이 트위터에 뜨자 훈련장으로 찾아오면 10초 안에 기절시켜 주겠다고 곧장 응답해 물의를 일으켰다.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마리화나 사용을 조장하는 의류업체의 티셔츠 여러 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자신의 사진을 SNS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 얼마 전 국내 프로야구 인터뷰 물벼락 파문이 커진 것도 SNS가 휘발유를 부은 경우다.

리 웨스트우드(프로골퍼)는 한 인터뷰에서 SNS는 소셜 미디어이지 소셜 쓰레기가 아니다. 본래의 기능과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한탄했다. 지난달 은퇴한 축구명장 알렉스 퍼거슨은 선수들이 왜 트위터에 시간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 그럴 시간에 책을 읽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제군주 시절에는 세 치 혀를 잘못 놀렸다간 목이 날아갔다. SNS 천국인 요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경솔한 글을 올렸다간 한방에 갈 수 있다. 애써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설화()뿐만 아니라 SNS화()도 조심하자. 민감한 사안에는 10분 뒤, 한 시간 뒤로 응답에 뜸을 들여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