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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총리공저 유령괴담 뿌리깊네

Posted June. 03, 2013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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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사진) 일본 총리가 총리의 거주 공간인 공저()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괴담에 대해 전직 총리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설마 하던 괴담이 눈덩이처럼 확산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총리관저 유령 출몰설에 대해 도시전설(괴담)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모리(모리 요시로 전 총리20002001년 재임) 씨가 유령의 일부를 봤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유령의 일부가 어디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웃으며 (귀신의) 다리가 없다고 들었지만 다리 부분이라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26일 취임 이후 5개월이 넘도록 공저에 입주하지 않고 있다. 시중에는 유령 때문이라는 소문이 확산됐고 지난달 24일에는 가가야 겐() 민주당 의원이 총리 공저 유령출몰설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질의서를 정부에 보내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알지 못한다고 공식 답변했다.

하지만 일본 총리 공저의 유령 괴담은 뿌리가 깊다. 현재의 총리 공저는 1929년에 지어져 2002년까지는 총리 관저(총리의 업무 공간)로 사용됐다. 이후 대대적인 증개축을 거쳐 2005년부터 옛 관저가 공저로 사용되고 있다. 새 관저는 공저 옆에 신축됐다. 원래 관저였던 공저에서는 1932년 청년 장교들의 반란으로 이누카이 쓰요시() 당시 총리와 경찰관이 살해됐다. 1936년에는 역시 청년 장교들의 쿠데타로 오카다 게이스케() 당시 총리의 매제이자 비서이던 마쓰오 덴조()가 살해됐다.

이후 한밤중에 군화 소리가 들린다는 등의 괴담이 끊이지 않으면서 역대 총리가 공저를 기피했다. 이 바람에 1968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공저를 개보수해 입주할 때까지 32년간 비어 있었다. 사토 총리도 처음에는 자택에서 출퇴근했지만 미일 안보조약 반대 시위로 이웃 주민들이 불편을 겪자 공저로 입주했다.

사토 총리 이후로도 공저 기피 현상은 이어졌다. 2002년까지 총리 18명 중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 등 6명이 공저에 입주하지 않았다.

일본 국민은 동일본 대지진이나 원전 사고 같은 위기 상황 때 총리의 주거지가 관저와 떨어져 있으면 즉각적인 위기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야당 의원이 정부에 질의서를 보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