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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탈북자 북송 작전에 우리는 정보 먹통

라오스 탈북자 북송 작전에 우리는 정보 먹통

Posted May. 31, 201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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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 추방된 탈북 청소년 9명의 강제 북송은 거의 전광석화같은 군사작전을 방불했다. 김정은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들의 탈북을 막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북한 외교관도 타기 어려운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태우며 탈북자를 북으로 실어 나르는 공작을 허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대사관과 당국은 정보 먹통 상태에서 북한의 공작에 허를 찔렸다.

북한은 라오스 중국과 접촉해 탈북자 9명을 한꺼번에 평양으로 빼돌렸다. 탈북자들이 18일 동안 라오스에 억류돼있었지만 우리 공관은 단 한차례 영사면담도 하지 못했다. 라오스에서 벌어진 남북 외교 대결에서 우리가 완패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탈북자들이 라오스 수용시설에서 빠져나갈 기회가 많았지만 한국 대사관이 일이 어려워진다며 오히려 말렸다는 것이다. 그래놓고 라오스 측의 선처만 기대하며 손을 놓고 있었다.

북한은 최근 라오스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지난 해 8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라오스를 방문했다. 외교부와 주라오스대사관은 탈북자들이 이용하는 동남아 루트의 핵심국가인 라오스에 대한 북한의 외교공세를 차단할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허를 찔린 것이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주 서울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재외공관의 지나친 본국 손님 접대 관행을 지적하면서 재외국민과 동포의 애로사항을 도와주는 일에 힘쓰라고 촉구했다. 외교부도 재외공관장들은 재외국민과 동포들의 안전과 권익보호를 위한 맞춤형 현장 서비스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국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도 우리 공관의 보호대상이다. 주라오스 대사관이 대통령의 지시와 공관장 결의를 제대로 실천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 라오스에서 끌고 간 탈북 청소년 9명 가운데 일본인 납북자의 아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외교력을 쏟아 붓고 군사작전 같은 기동성을 발휘한 것을 보더라도 9명 중에 누군가 북한이 놓쳐서는 안 되는 사람이 포함됐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사실 확인중이라고 밝혔으나 일부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1977년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 마쓰모토 교코의 아들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북한은 일본인 납북으로도 모자라 사지()에서 도망친 일본인 피랍자의 아들을 끌고 가는 반()범죄를 저지른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