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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성택 우룡해 김정은의 그림자

Posted May. 23, 2013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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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로 22일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63)은 김정은의 후계 구축 과정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지원에 힘입어 핵심 실세로 급부상했다. 김정은의 후견자 역할을 하는 장성택과 함께 김정은 체제를 움직이는 사실상의 2인자 중 한 명이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군사분계선에 나와 맞이하면서 악수를 나눈 인물이 최룡해였다.

최룡해는 이채롭게도 민간인 출신이다.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로 지내다 2010년 9월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등극하자 군복으로 갈아입고 군 대장으로 등장했다. 이후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지난해 4월 당 대표자회의에서 군 총정치국장과 국방위원,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을 모두 거머쥐었다.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김정일 체제 내 군부 최고 실세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실제로 최룡해는 김정은의 공식 현지지도 등 거의 모든 행사 때 바로 옆에서 그림자처럼 수행하면서 위세를 과시해왔다. 김정은이 올 3월 연평도 백령도 등 서북도서 타격 포병부대의 실탄사격훈련을 지도할 때도 동행했다.

최룡해의 가족은 중국과 인연이 깊다. 그의 부친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은 일제 강점기 김일성 주석과 동지적 관계를 맺고 중국의 동북항일연군에서 활동한 유명한 빨치산 지휘관이다. 당시 최현은 김일성에게 충성을 다했고, 1970년대 김정일 후계 체제를 구축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 때문에 최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군부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최룡해의 생모도 동북항일연군에서 활동한 1세대 빨치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이 북-중 간 각별한 동맹관계를 부각시키기 위한 특사로 최룡해가 최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50, 60년대에 출생한 전후세력의 주역이자 김정은 체제의 핵으로 부상한 최룡해는 김정은 체제에 불만을 품거나 미온적인 군부 내 강경파 원로그룹을 일선에서 후퇴시키는 등 북한 군부의 변화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이영호 총참모장이 전격 경질될 때도 최룡해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