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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와 보호의 경계

Posted April. 20, 20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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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옷 반대는 동물보호단체들의 단골 메뉴다. 그래서 모피옷을 입은 유명인사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런데 퍼뜩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다. 같은 논리로 가죽옷도 반대해야 하는데 그런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가죽옷까지 반대하면 적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핸드백 지갑 허리띠 등 가죽제품을 하나라도 안 가진 사람이 어디 있겠나. 가죽을 공격하다가는 동물보호운동의 존립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작년 4월까지만 해도 서울 청계천에서는 관광마차가 달렸지만 동물 학대 반대 시위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운행을 금지했다. 그 말들은 어떻게 됐을까. 16필 중 2필은 전북의 야산에서 나무에 묶인 채 눈비를 맞으며 지내고 있다. 마사() 지을 돈이 없어서다. 1필은 작년 가을 영양실조로 죽었다. 마주가 건초 값을 대지 못한 것이다. 1필은 도축됐다. 강원도의 한 목장에 사실상 방치된 8필도 미래가 불투명하다. 4필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는다. 말들은 과연 보호받은 것일까. 그리고 말이 마차를 끄는 게 학대라면 소가 수레를 끄는 건.

동물보호운동가 중엔 프랑스의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는 특히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집요하게 비판해 왔다. 한 필리핀 정치인이 일갈했다. 바르도는 개를 동정하기에 앞서 과거 프랑스가 식민지 사람들에게 행한 잔혹행위에 대해 먼저 사죄하라고. 그렇잖아도 바르도는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발언을 반복해 1997년 이후 최근까지 다섯 번이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동물사랑단체의 한 간부가 주말농장에서 사육하는 개를 구출하다 절도죄로 처벌됐다. 개를 가둔 철장 안에는 배설물이 가득했고 녹슨 밥그릇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오전 3시에 같은 단체 회원 3명과 절단기를 들고 농장으로 들어간 그는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꺼내 경기 포천시의 동물보호소로 옮겼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지만 재판부는 일관되게 유죄를 선고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그 실천은 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판결 요지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