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치권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한데 이어 어젠 국회의장단을 오찬에 초대했다. 내일은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 지도부와도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민생과 관련이 있는 국회 상임위별로 여야 의원들을 초청해 만나는 자리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6인 협의체 가동도 12일 예정돼 있다. 모처럼 정치권이 문을 활짝 열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니 답답했던 국민의 가슴이 뚫리는 느낌이다.
언제부턴가 청와대와 국회 간에 소통의 문이 닫혀 있었다. 기업가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면서 여의도 정치를 멀리했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권과 소통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화를 야기했다. 박 대통령은 5선() 의원 출신에다 당 대표까지 지낸 터라 뭔가 다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인사()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보여준 인상은 영 딴판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더 큰 법이다. 박 대통령의 인기가 40%대까지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앞으로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당의 말을 많이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여당, 나아가 야당과 국회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식한 것 같아 다행이다. 411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과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의 편성,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입법도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북한 발 안보위기 상황도 위중하다. 여야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수시로 상호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로 새 정치다. 정치가 촉발한 국민 간의 갈등과 반목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사안을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자리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더구나 지금은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없는 정치 환경이다. 정치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건만 여야는 지금껏 입으론 국민을 들먹이면서도 실제론 자신들을 위한 정치에 치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은 야당을 존중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의 타성을 버려야 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를 낼 수 있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가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협치()의 정치를 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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