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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엄중한 시국에 어선 훔쳐 월북해도 못 막은 군

[사설] 이 엄중한 시국에 어선 훔쳐 월북해도 못 막은 군

Posted April. 05, 2013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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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연평도에서 탈북자 이 모 씨가 월북()한 사건으로 우리 군과 해경의 허술한 경계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접적()지역인 연평도를 지키는 군의 감시망이 탈북자가 어선을 훔쳐 타고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것을 막지 못할 수준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요즘 매일처럼 대남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어제도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내세워 전쟁이 오늘 당장 아니면 내일 터질 수도 있는 폭발 전야의 분초를 다투고 있다는 험악한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이런 시점에 평상시에도 있어서는 안 될 경계실패를 하다니 군에 대한 실망이 크다.

군은 월북을 막지 못한 이유로 이 씨가 타고 간 어선이 레이더망의 사각지대로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레이더 사각지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보완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월북을 막지 못했다는 변명이 아닌가. 월북 어선이 이동한 길로 북한이 공작선이라도 보내면 어쩔 것인가. 초병은 밤중에 어선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도 고기가 잘 잡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찍 출항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어선의 심야 출항을 감지 못한 해경의 책임도 크다. 경계 시스템에 구멍이 뚫리고 초병이 눈을 감으면 불순분자의 침투나 월북을 막을 수 없다.

군은 지난해에도 잇단 경계실패로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지난 해 10월 동부전선에서 북한군 귀순자가 철책선을 넘어 전방관측소(GOP) 생활관(내무반)까지 올 때까지도 눈치 채지 못한 이른바 노크귀순이 발생했다. 그해 9월에는 탈북자가 인천 강화군 교동도의 해안 철책선을 뚫고 들어왔으나 군은 5일 뒤 주민이 신고할 때까지 까맣게 몰랐다. 노크귀순 이후 군은 장성 2명과 영관 장교 2명을 징계하는 등 부산을 떨었으나 이번 월북사건으로 여전히 빈틈이 많다는 것이 드러났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적이고 강력한 응징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방부 장관이 아무리 철통같은 대비를 강조해도 말단부대 병사들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김 장관은 접적지역 장병들의 느슨해진 근무기강부터 서둘러 바로 잡아야 한다.

월북자 이 씨는 2007년 국내에 입국해 정착하기 전 4차례나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건너간 경력이 있다고 한다. 사실상 북한을 들락날락했던 이 씨가 탈북자로 위장해 입국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방치해 월북을 막지 못한 공안당국도 책임을 느끼고 허술한 감시망을 수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