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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이버 유언비어

Posted April. 03, 201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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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전문가인 대니얼 솔로브 미국 조지워싱턴대 로스쿨 교수가 2007년 펴낸 책 평판의 미래는 2005년 한국 지하철에서 벌어진 개똥녀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는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치 않은 여성의 행동은 잘못이지만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진, 이름, 학교와 가족관계까지 공개하며 비난을 퍼붓는 마녀사냥식 인터넷 여론몰이의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인터넷의 집단 이지메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와 결합하면 파괴력이 더 커진다. 과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카더라 통신은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하루도 안 돼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누군가 정보를 흘리면 영향력이 큰 루머꾼이 퍼뜨리고, 구글 세대들이 신상털기에 가세하는 식이다. 인터넷에서는 잊혀질 권리도 없다.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기도 어렵다. 연예인이나 고위 관료처럼 평판이 중요한 사람들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다.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그제 건설업자의 전현직 고위 관료 성접대 리스트를 유포한 트위터 사용자 55명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헛소문이 돌아 자살까지 생각했다며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유언비어로 사람을 죽이는 악습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성접대를 받았다면 할복자살하겠다는 글까지 트위터에 올렸다.

유언비어는 사안이 중요하고 상황이 모호할수록 급속도로 퍼진다. 한미 쇠고기협상,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유언비어가 나돈 이유다. 악의적인 세력은 유언비어를 이용해 비이성적인 군중심리를 자극한다.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고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로 시작됐다. 사이버 유언비어는 처벌할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한다. 법을 바꿔서라도 악습을 없앨 때가 왔다. 인터넷 공간의 표현과 정보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억울한 희생자를 만드는 일까지 용서할 순 없다.

박 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