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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천안함 승조원 46용사 곁을 떠날 수 없었다

나는 지금도 천안함 승조원 46용사 곁을 떠날 수 없었다

Posted March. 27, 201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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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전우들에 대한 제 나름의 삼년상()이었습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승조원이었던 허순행 상사(41). 그는 그 비극의 생존자 중 유일하게 천안함이 소속됐던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계속 근무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많은 승조원들이 참혹했던 기억에 대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때문에 제2함대에 남아 있기를 꺼렸지만, 그는 현재 제2함대의 해상훈련대 통신관찰관이다. 24일 오후 평택 제2함대사령부 진해함에서 그를 만났다.

어느덧 천안함 폭침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만 천안함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우리(천안함 생존자)만이라도 그때의 일을 결코 잊지 말자는 취지로 천안함 폭침이 발생했던 3월 26일, 현충일(6월 6일), 국군의 날(10월 1일)에 만나서 전우의 넋을 기리고 있다. 평상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 46용사와 당시 생사를 오갔던 장병들을 생각해줬으면 한다.

천안함 폭침을 경험했던 많은 승조원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고 들었다.

한번은 훈련 도중에 불이 꺼진 적이 있었다. 주변에 누군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불이 켜지고 보니깐 아무도 없었다. 문고리를 잡고 격실을 찾는데 천안함 폭침 당시가 생각났다. 겁이 나거나 무서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일이 자꾸 떠올랐다. 다행히 나 같은 경우는 배를 타는 것에 대한 큰 거부감이 없다. 올해 6월로 육상 근무를 한 지 3년이 된다. 올해 후반기나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바다로 나가려고 한다.

일각에선 여전히 북한의 어뢰 공격이 아닌 좌초설 등을 주장한다.

많은 전문가들의 조사를 거쳐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폭침된 것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천안함 폭침 이후 해군이 나름대로 전력 증강을 했다는데.

아쉬운 부분이 여전히 많다. 노후 음파 탐지기 부품을 교체하고 대잠항공기 성능도 개량하는 등 후속조치가 있었지만 전력 보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천안함과 같은 1200t급 초계함으로 적 잠수함을 완전히 탐지 식별하고 어뢰 공격을 회피하는 게 쉽지 않다. 적정 수의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를 갖춰 통합 대잠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제2의 천안함 폭침을 막을 수 있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해온다면.

천안함 승조원 중 20여 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동해, 서해, 남해 각 함정에서 주어진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적이 다시 도발하면 전우의 복수에 앞장서겠다.

허 상사는 인터뷰 말미에 살아 돌아온 장병들이 간혹 죄인처럼 비치는 게 아쉽다고 했다. 이어 천안함 생존 장병이 아니라 천안함 승조원으로 불러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살아남은 장병들도 목숨을 걸고 조국의 바다를 지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