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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프란치스코의 미션

Posted March. 18, 201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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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을 보면 영화 미션이 생각난다. 198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롤랑 조페 감독의 이 영화는 1970년 남미에서 있었던 실화를 다뤘다. 예수회 신부인 가브리엘(제러미 아이언스)과 멘도사(로버트 드니로)는 신대륙으로 건너와 노예 취급을 받던 원주민들을 감화시켜 공동 생산, 공동 분배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만든다. 하지만 스페인령이던 마을이 예수회의 선교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포르투갈령으로 바뀌자 미션도 바뀐다. 결국 가브리엘은 평화의 십자가로, 멘도사는 총과 칼로 원주민의 편에서 포르투갈 군대에 맞서다 순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영화 배경 중 한 곳인 아르헨티나 출신에 가브리엘처럼 예수회 소속이다. 1534년에 만든 예수회는 종교개혁으로 위기에 빠진 가톨릭 내부에서 일어난 개혁운동의 산물이다. 이들은 제3세계로 건너가 적극적으로 포교했다. 수많은 가브리엘과 멘도사들이 순교를 마다하지 않고 중남미에 뿌려 놓은 사랑의 씨앗은 신도 4억8300만 명의 가톨릭 대륙을 키워냈다. 가톨릭의 발상지인 유럽(2억7700만 명)의 배 가까이 된다. 구대륙 신부들의 미션으로 세례 받은 신대륙의 사제가 이제 성추문과 부패로 신뢰를 잃어가는 가톨릭의 본가를 재건하라는 미션을 띠고 가브리엘이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그래서 신임 교황의 선출은 영화 미션의 속편 같다.

바티칸이 2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세상의 끝 미주대륙에서, 처음으로 예수회에서 아웃사이더를 찾아내 개혁을 맡긴 것은 조직의 유연성과 역동성을 보여준다. 신임 교황도 경쟁 수도회인 프란치스코회 설립자의 이름을 즉위명으로 삼을 정도로 유연하다. 청빈한 삶을 살겠다는 약속이자 내상을 입은 교회에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이기도 하다. 교황의 즉위명은 그가 종교 간 화해에도 힘쓸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프란치스코는 1219년 제5차 십자군원정대를 따라 이집트로 가 이슬람의 최고지도자를 만난 이다. 미국 외교전문 포린어페어스지()는 그를 선택한 것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감안하면 그가 유력 후보군에 없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논평했다.

사람들은 학자 타입의 베네딕토 16세보다는 따뜻한 목자 같은 신임 교황을 더 친근하게 여기는 듯하다. 언론은 그가 197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정권의 인권 유린에 침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사람들은 신임 교황의 이름을 따라 신생아 이름을 짓고, 그의 소박한 라이프스타일을 화제에 올린다. 요리에 화려한 장식을 했던 전임 교황들과 달리 껍질 벗긴 닭고기와 샐러드에 와인을 곁들인 간소한 교황 식단도 인기다. 영화 속 선율 가브리엘의 오보에처럼 새 교황도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감동을 주는 프란치스코의 오보에를 들려주길 기대한다.

이 진 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