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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회적배려자 전형

Posted March. 09, 2013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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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입시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사회적배려자(사배자) 전형의 기원은 미국 대학이 신입생의 인종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채택한 소수자 우대정책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 흑인의 평균적인 교육 수준은 백인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로자 파크스와 마틴 루서 킹의 차별 철폐운동이 확산되던 시기에 미국 대학들은 불리한 환경에 놓인 학생(disadvantaged students)을 위한 특별 전형을 도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이 전형의 수혜자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서울대가 2005년 도입한 지역균형 선발은 국내 사배자 전형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교육여건이 떨어지는 지역의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입학 기회를 부여하고,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을 받아들여 사회 통합에 기여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학교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많은 교수들이 반대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고교 가운데 학생 선발권을 가진 국제중, 특목고, 자율형사립고도 사배자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일반 중고교보다 많은 수업료를 받는 대신에 이 제도를 통해 취약계층을 일정 비율 받아들이고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이 전형에 사회지도층 자녀들이 합격해 물의를 빚고 있다. 올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한부모가정 전형에 합격한 데 이어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이 자율형사립고인 장훈고의 다자녀가정 전형에 합격했다. 2013학년도 영훈국제중의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 합격생 16명의 부모 중에는 의사(2명) 변호사(1명) 사업가(3명) 등이 들어 있다.

제도 자체에 문제가 적지 않다.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 가운데 국가보훈대상자 민주화유공자 탈북자는 문제가 없지만 한부모와 다자녀 전형은 모순투성이다. 한부모가정은 이혼과 재혼이 흔한 외국에서는 배려 대상이 될 수 없고, 자녀를 셋 이상 낳은 다자녀가정은 부유층일 가능성이 높다. 좋은 취지의 제도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배경에는 심각한 빈부 격차가 자리한다. 자율형사립고의 경제적 사배자 전형은 정원을 못 채우는 경우가 많다. 빈곤층 학생들은 소외감을 느끼기 쉽고 부유층 학생에게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어 입학을 꺼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그늘이 사배자 전형에도 그대로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