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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정은식 농구외교?

Posted February. 28, 20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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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농구광()이란 사실은 1990년대 후반 스위스 유학 동료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헐렁한 농구복 하의와 나이키 농구화를 즐겨 입고 신었던 김정은은 자신의 우상인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 정밀화를 그리는 데 몇 시간을 공들였고 자신의 아파트를 농구 용품과 소품으로 가득 채웠다.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자랑으로 여겼던 김정은은 코트에 들어서면 냉혹한 승부사로 돌변했다. 김정일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는 형 정철과 달리 농구 경기가 끝나면 반드시 반성회를 갖고 잘한 것은 칭찬하고 못한 것은 꾸짖으며 스스로를 독려했다고 술회했다. 스위스 유학 동료도 그는 매우 폭발적(explosive)이었다. 이기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고 한다.

1990년대 시카고 불스는 강한 것을 좋아하는 김정은의 구미에 딱 들어맞는 팀이었다. 10년 동안 6차례(19911993년, 19961998년)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에 오른 불스는 적수가 없는 팀이었다. 19861997년에 8차례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에 비견할 수 있을까. 최우수선수(MVP)는 늘 조던 차지였지만 1995년 영입한 데니스 로드먼이 없었다면 9698시즌 3년 연속 우승은 불가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야오밍(229cm)처럼 아주 크지도 않은, 201cm의 로드먼이 7년 연속 리바운드 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강한 승부욕이었다. 벌레란 별명이 암시하듯 지저분한 몸싸움의 달인으로 기억된다. 로드먼 등번호 91번이 새겨진 티셔츠를 즐겨 입었다는 김정은이 그의 플레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혹시 악바리 몸싸움과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리며 국제사회와 담을 쌓고 지낼 것 같던 김정은이 그제 자칭 악동(bad boy) 로드먼 일행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다. 북한에서 어린이를 위한 농구캠프를 열고 북한 농구팀과 친선 경기를 할 모양이다. 북한 정보기술(IT) 산업 현장 시찰차 에릭 슈밋 구글 회장 일행이 방북한 뒤 한 달 만이다.

호사가들 사이에선 로드먼의 방북에 스포츠 외교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로드먼의 방북에서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미중 화해의 물꼬를 튼 미국 탁구선수들의 방중을 연상하기는 어렵다. 로드먼의 희망처럼 김정은 면담이 성사되더라도 외교적 의미는 없다고 봐야 한다. 평양에 가서 가수 싸이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로드먼은 남북 분간()도 못하는 사람이다. 김정은은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등장하는 공연을 관람했다. 로드먼의 방북은 할리우드 영화와 시카고 불스를 좋아하는 청년 독재자의 취미생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 태 원 논설위원 t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