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왜 쌀대신 핵개발 택해 조국은 우리를 굶기나

왜 쌀대신 핵개발 택해 조국은 우리를 굶기나

Posted February. 06, 2013 08:15   

中文

신의주에선 사흘에 한 시간 전기를 봤습네다(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핵개발에 몇 년 치 식량을 쓴다니 이게 뭡네까.

5일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 성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탈북자 집단 은신처. 동아일보 기자를 만난 40대 탈북 남성 A 씨는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북한 모처에서 신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왔다. 이곳에서 한국의 한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다른 여성 탈북자 5명과 함께 한국이나 제3국으로 가려고 준비 중이다.

A 씨 일행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임박 예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신들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이 핵무장하면 김 씨 왕조 지속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쌀 대신 핵개발을 택하다니 분노

A 씨가 북한의 핵개발에 반감을 품게 된 것은 중국에 와서 중국 및 한국 언론 매체의 보도를 접하고 실상을 알고 나서부터다. 북한에 있을 때는 그도 핵 보유만이 미제()의 침략에 맞서 민족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A 씨는 여기 나와서 보니 인공위성 만들고 핵개발 하느라 (식량 등) 배급을 못 한다고 하더라라며 조선(북한)에 있을 때는 간부들이 빼돌려서 그런 줄 알았는데 실은 조국이 쌀 대신 핵개발을 선택해 우리가 굶주려 왔다라고 분개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28억32억 달러(약 3조3조4000억 원)로 북한 주민 전체에 3136개월간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액수다.

은신 중인 탈북자 중에는 A 씨와 달리 궁핍을 감내하면서도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선군정치의 세뇌에서 아직까지 헤어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숙소에 7개월째 체류 중이라는 60대 여성 탈북자 B 씨는 큰 세력(미국)에 먹히지 않으려고 인공위성 쏜 거 아니냐. 조선의 국방력이 이리 세니까 아직 자주국으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동료들의 반박에 이내 묻혀 버렸다. 평양 출신 여성 C 씨는 희천발전소가 완공돼 전기가 잘 들어올 줄 알았는데 평양 외곽에서는 테레비 보는 저녁 2시간, 새벽 2시간 빼고는 전기가 안 들어왔다라며 작년 말부터는 전기 공급이 더 줄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완공된 자강도 희천발전소는 북한의 역점 사업이었지만 부실 공사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때문에 스트레스성 심근 경색으로 숨졌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C 씨는 얼마 전 건너온 사람한테서 1월 28일부터 정부에서 전기를 다시 넣어 준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라며 이제는 미사일 성공했다고 해도 하나도 기쁘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당 간부 반대로 경제개혁 조치 무산

북한이 지난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번에 다시 3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동안 경제는 지속적으로 악화됐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지난해 거론된 경제개혁 조치는 말만 무성했을 뿐 전혀 실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