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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의 정치로 감동주는 오바마

Posted January. 31, 201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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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리더십을 보여주려면 연단(Bully Pulpit)의 정치를 펼쳐라.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등 미국 주요 언론은 2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기 집권과 함께 국민 소통을 강조하는 연단의 정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민개혁, 총기규제, 정부지출 협상 등 대형 이슈와 잇따라 씨름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리더십이 흔들릴 만한 고비마다 설득력 있는 대중연설로 정면 돌파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 연단의 정치는 과거 탁월한 연설로 국민을 설득시킨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29일 라스베이거스 방문도 이를 잘 보여준다. 2기 중점 정책인 이민개혁을 국민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3200km를 날아갔다. 라스베이거스 체류 시간은 2시간 반이 전부. 도착 직후 연설 장소인 델솔 고등학교로 이동해 25분간 열정적으로 연설하고 참석자와 얘기를 나눈 뒤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대통령을 동행 취재한 워싱턴포스트는 숨 돌릴 틈도 없었다며 바쁜 일정을 소개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오바마 2기 취임 후 첫 공식 방문지였다. 라스베이거스까지 간 것은 이민개혁 정책의 핵심 수혜자인 히스패닉 인구가 30%에 달하는 곳이어서 연설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판단한 것. 특히 델솔 고교는 히스패닉계 학생이 54%로 절반을 넘는 곳이다. 백악관 녹취록에 따르면 25분 연설에 무려 25회의 박수가 터져 나올 정도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연설 내용도 감동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개혁으로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시민을 사례로 들며 대중의 눈높이에서 연설했다. 이날 동행한 켄 살라사르 내무장관을 거명하며 멕시코 이민자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산 집안이라며 미국이 이민의 나라임을 강조했다. 이어 관중석에 있던 앨런 알레만이라는 남네바다대 학생을 소개하며 지난해 8월 자신이 내놓은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조치 덕분에 불법 체류자인 그가 안심하고 미국에 살며 군에 입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분이 넘는 시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코네티컷 주 뉴타운 총기난사 사건 추모사에서도 사망 어린이 20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지지자들을 자주 뒤에 두고 연설한다. 최근 총기규제 연설 때는 뉴타운 희생자 가족을 뒤에 두고 연설했다. 지난해 말 재정절벽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연설에서는 협상 타결로 세금폭탄의 피해에서 벗어나게 될 일반 시민이 뒤에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주 대중을 동원하는 바람에 대통령 연설이 아니라 선거 캠페인 같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단 정치는 2010년 이후 본격화됐다. 중간선거 패배 이후 의회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대중을 설득해 의원에게 간접적으로 압력을 넣는 방식을 택한 것. 워싱턴의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비난도 있지만 국민에게 직접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을 구한다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에릭 헤르치크 네바다대 정치학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총기규제, 정부지출 감축, 환경규제, 동성애자 권리 확보 등 다른 핵심 사안도 의회 협상에 앞서 연단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