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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랑 놀아줄 분 단, 여대생!

Posted January. 28, 201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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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 네이티브 수준. 학원 및 개인과외 경력 2년. 평일과 주말 관계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어요!

서울의 한 여대에 다니는 김모 씨(22)는 지난달 구인구직사이트에 이런 내용의 구직 신청글을 올렸다. 김 씨가 찾는 일자리는 놀이시터. 놀이와 돈을 받고 아이를 돌봐주는 베이비시터의 합성어다. 김 씨는 청소년기를 해외에서 보낸 경험에다 대학에서 놀이영어교육 과목을 수강했다는 증명서까지 프로필에 첨부했다.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놀이시터 아르바이트가 인기다. 조선족 여성들이 국내 가사도우미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지만 어린 자녀의 공부를 봐주거나 같이 놀아주는 데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틈을 타고 생겨난 신종 아르바이트다. 맞벌이 부부들이 놀이시터를 구할 때 대학에서 예체능이나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여대생을 특히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27일 가정도우미 구인구직전문 D사이트. 일주일 동안 놀이시터를 구한다는 글이 26개 올라왔다. 이들 중에는 아이를 돌볼 베이비시터를 두고도 학습만 별도로 담당할 도우미를 찾는 가정이 적지 않다. 3세 쌍둥이를 둔 박모 씨(여)도 중년의 중국동포를 가사도우미로 뒀지만 아이와 즐겁게 놀아줄 수 있는 유아교육과 출신 놀이시터를 찾고 있었다.

신원이 확실한 놀이시터를 구하기 위해 재학생만 가입할 수 있는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 구인정보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사는 워킹맘 이모 씨는 두 돌 지난 아들의 놀이시터를 구하고 있다. 그녀는 시급 7000원. 하루 3시간 근무 조건을 내걸고 자신이 졸업한 모교 커뮤니티에 광고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직장 일 때문에 자녀의 초기 교육을 방치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을 가진 워킹맘이 늘어나면서 놀이시터 아르바이트가 생겨난 걸로 보고 있다. 2세 남아를 둔 워킹맘 김모 씨(27)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녀온 뒤 엄마가 함께 놀아주고, 책 읽어주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뤄지는데 회사 일로 바빠 이런 것을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며 수입이 조금만 더 오르면 당장 놀이시터를 두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놀이시터 고용은 일반 베이비시터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언니처럼 챙겨줄 수 있는 20대 유아교육 관련 전공자가 가장 선호된다. 체육이나 미술을 지도할 수 있는 예체능 계열도 인기가 좋다. 재학증명서나 어학 관련 자격증 사본도 제출해야 하고, 면접도 본다.

놀이시터에 대한 정보는 자녀를 둔 여성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기도 한다. 전업주부인 한 누리꾼은 후기를 통해 원래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는 조선족 이모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놀이시터와 가사도우미를 각각 따로 두고 있다며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맡겼더니 일반 베이비시터보다 아이가 훨씬 잘 따른다고 밝혔다.



김수연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