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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 엔저속도 조절해야

Posted January. 21, 2013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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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달러당 90.03엔에 마감했다. 엔-달러 환율 90엔은 무제한 금융완화와 공공투자 확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1차 목표치로 아베의 환율로 불렸다. 아베 정권 출범 한 달도 안 돼 아베노믹스의 1차 목표환율에 이른 것이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의 영향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일본 경제에는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제 일본의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는 2년 9개월 만에 1만900엔을 넘었다. 엔저 덕분에 일본 수출기업의 주가가 초강세를 보였다. 게이단렌() 전 회장인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이 환율은 달러당 95105엔이 타당하다고 말한 것도 엔저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 발언이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도 회복되고 있다.

일본 경제의 회복은 세계 경제에도 일단 희소식이다. 일본에 일관되게 인플레 정책을 권고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는 인터내서널 해럴드 트리뷴지 최근 칼럼을 통해 일본의 과감한 양적 완화로 일본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도 활성화할 것이라며 크게 반겼다.

그러나 최근 엔저는 그 속도가 지나쳐 주변국이 우려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고환율은 전체 교역량을 진작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국 수출 몫을 빼앗아오기 때문이다. 2010년과 같은 환율전쟁 조짐이 나타날 경우 이제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경제의 기틀을 허물 수도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일본의 통화정책에 대해 IMF는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beggar-thy-neighbor근린궁핍화) 정책을 각국이 채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전쟁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글로벌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일본은 엔저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통제력을 보여야 한다.

엔저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한국 수출기업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환율전쟁을 시작할 수는 없다. 우리 기업은 너무 오랫동안 고환율 정책의 단맛에 길들어졌다. 100엔당 원화의 환율만 봐도 1980년대 초 300원대, 1990년대 초 500원대, 2000년대 초 1000원대였지만 2010년대 들어 11701500원 수준에서 오르내렸다. 현재 환율 1175원이 비명을 지를 수준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이 작심하고 밀어붙이는 통화팽창을 우리 금융당국이 다 막을 순 없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으려는 정책적 노력은 필요하다. 투기성 자금 유입 급증으로 인한 원고()를 사전 차단해야 한다. 취약한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점검하고 지원하는 정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수출기업도 고환율에만 기대려 하지 말고 자생적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