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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 자충수로 사면초가 청우려 전달 받은 듯

감찰 자충수로 사면초가 청우려 전달 받은 듯

Posted December. 01, 201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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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검찰총장은 29일 저녁 관용차에 수행원을 태워 퇴근시켰지만 막상 본인은 집무실에 남아 있었다. 그는 30일 새벽까지 집무실에서 자신이 구상해 온 검찰개혁안의 내용을 다듬었다. 그는 29일 오후까지만 해도 조건 없이 물러나라라는 일선 검사들의 집단적 요구에 아랑곳없이 30일 오후 2시 개혁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30일 오전 이를 전격 철회하고 오전 10시 조건 없이 사퇴했다.

한 총장이 정확히 언제쯤 생각을 바꿨는지는 명확지 않다. 다만 29일 심야에서 30일 이른 아침 사이에 검찰 내부의 갈등 확산을 우려한 청와대와 법무부 측의 의견을 읽고 조건 없이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검찰에서 벌어진 일에 총장이 책임지는 것 외에 대안이 있겠느냐라며 한 총장도 이심전심으로 청와대의 고민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 총장이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통해 청와대의 고민을 전해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개혁안을 발표해 봤자 추진 주체가 없는 힘 빠진 개혁안이 되므로, 그냥 물러나는 게 현명한 길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8시 취재진의 카메라를 피하지 않고 대검 청사 정문으로 출근한 한 총장은 짐을 내려놓은 듯 밝은 표정이었다. 기자회견 전 대검 간부들을 만나 일주일 전에 나갔어야 하는데 왜 지금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중앙수사부에 미안하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검 관계자는 한 총장의 얼굴에 웃음이 되돌아왔다. 합리적이던 평소 모습이었다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한 총장이 개혁안을 발표하지 못한 채 사퇴를 하게 된 것은 자충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 개혁안에 중수부를 폐지하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한다고 확신한 한 총장은 반대 세력의 정점에 있는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을 흔들기 위해 공개 감찰을 지시했으나 이게 역풍을 몰고 와 한 총장이 그린 구도 전체를 망가뜨린 것이다.



최창봉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