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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모정이 괴물이 될 때

Posted November. 26, 20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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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이 불법의 동력이 될 때가 있다. 술 취해 쓰러진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고려대 의대생의 어머니가 그랬다. 아들의 구속을 막으려 피해 여학생에게 인격장애가 있다라는 허위사실이 담긴 설문지를 동료 의대생들에게 뿌릴 땐 이런 다짐을 했을 법하다. 나는 엄마니까. 피해자와 그의 가족이 받게 될 끔찍한 2차 피해를 모정의 이름으로 외면했을 것이다. 그 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8월 법정 구속되던 날 어머니는 아들을 더 걱정했을지도 모르겠다.

모정의 노예가 되는 건 계층을 초월한 현상이다. 21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강도짓을 하다 붙잡힌 50대 여성은 수천만 원 도박 빚을 진 아들을 위해 복면을 썼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을 수사한 특별검사팀도 대통령 부인의 어긋난 모정을 밝혀냈다. 김윤옥 여사는 아들 장래를 생각해 사저 터를 아들 명의로 구입했다(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아들이 그 과정에서 대출받은 6억 원을 갚지 못할 경우 서울 논현동 집을 팔아 갚아 줄 계획이었다(불법 증여)라고 특검에 진술했다.

피해자의 엄마도 때론 모정에 눈이 먼다. 지난달 경남에선 중학생 아들이 부모 얼굴을 때린 일이 있었다. 그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5주의 상처를 당한 피해학생의 어머니가 시킨 짓이다. 부모가 자녀 교육을 잘못했으니 대신 맞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는 가해학생 부모로부터 패륜을 강요했다라며 고소당했다. 최근 흥행몰이 중인 영화 돈 크라이 마미는 같은 학교 남학생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자살한 딸을 위해 사적 복수에 나선 엄마의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도 극한의 모정을 다룬다. 엄마는 살인범으로 몰린 아들을 구명하려 사건을 파헤치다 아들의 범행을 확인하고 급기야 목격자를 살해한다. 범행 은폐에 성공해 아들은 풀려났지만 엄마 없이 자란 지적장애 청년이 살인범으로 지목된다. 영화 시()에서 딸 대신 외손자를 키운 할머니는 손자가 친구들과 여학생을 성폭행해 자살로 내몬 사실을 알게 된다. 가해학생 부모들이 피해자 쪽과 합의해 사건을 덮을 수 있게 됐지만 그는 손자를 경찰에 신고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여학생에게 바치는 사과였을 것이다. 오로지 제 자식을 향한 맹목적인 애착을 넘지 못하면 모정도 괴물이 될 수 있다.

신 광 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