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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경찰추적 따돌린 위폐번호 77246 완전범죄로 묻히나

8년 경찰추적 따돌린 위폐번호 77246 완전범죄로 묻히나

Posted October. 31, 201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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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미국 전역에서 위조 수표를 만들어 뿌렸지만 흔적도 못찾은 FBI가 ###비명을 질렀듯, 2005년 한국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또 77246이야?라는 고함이 빗발쳤다.

그해 전국에서 이 번호를 가진 옛 5000원권 위조지폐(사진)가 4775장이나 발견된 탓이다. 위조 솜씨가 뛰어나 시장이나 편의점 등 유통단계에서는 신고 되지 않았다. 돌고돌아 금융기관에 입금된 이후에야 위조 사실이 확인된 탓에 경찰은 어디서 주로 유통됐는지, 대략 몇 살쯤의 남자인지 여자인지 범인의 흔적도 찾질 못했다. 2004년 첫 선을 보인 77246의 제조 범인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이전까지 발견된 위폐는 컬러프린터로 양면을 복사하는 조잡스러운 수준이었지만 77246은 달랐다. 맨눈으로는 구별되지 않았다.

범인은 당시 5000원짜리 지폐의 위조방지장치가 신권에 비해 취약한 점을 노렸다. 1983년 6월 처음 발행되기 시작한 옛 5000원권은 빛에 비춰보면 숨겨진 율곡 이이의 초상과 태극무늬가 나타나는 위조방지장치만 적용됐다. 범인은 잉크젯 프린터로 얇은 종이에 옛 5000원권 앞뒷면을 복사한 뒤 은색으로 복사한 율곡 이이의 그림을 ##사이에 끼워 넣어 합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빛에 비춰도 율곡 초상이 보이니 의심을 여지가 거의 없는 셈. 시중에서 신고되지 않고 전문가가 검사하는 금융기관에서만 77246이 신고된 이유다.

2006년 6455장, 2007년 6461장, 2008년 8667장. 매년 77246은 빠르게 증가했다. 2008년 만 원권과 천 원권 위폐가 각각 5825장, 372장이 발견돼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지만 옛 5000원권은 25% 정도 증가했다.

##지금까지 집계된 77246 위폐는 4만 5838장. 같은 기간동안 신구권을 모두 합쳐 발견된 5000원권 위폐의 약 92%다. 금액으로 2억 3000여만 원어치다. 2006년 1월 홀로그램, 색변환 잉크, 미세 문자, 돌출 은화 등 첨단 장치를 적용한 신권이 발행된 후 구권 사용은 점차 줄었지만 올해도 이 위폐는 30여 장 발견됐다.

경찰과 국가정보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은행, 한국조폐공사 등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 한국조폐공사가 위폐의 잉크와 재질을 분석하고 국과수는 지폐에 남은 땀을 이용해 유전자 분석까지 시도했지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탓에 쓸만한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구권의 사용이 거의 사라진 지금 이 77246 위폐 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범인이 번호를 바꾸지 않고 굳이 77246이라는 한가지로만 위폐를 만든 의문점도 풀리기 어렵게 됐다.

국과수 관계자는 이 위폐는 전국적으로 퍼져있어 정확히 얼마가 유통됐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며 시중에 깔린 것을 합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과수는 공통일련번호 77246를 가진 위폐를 모두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관계 기관에서는 뛰어난 이 위조범이 신권에 손을 대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경찰 관계자는 위폐인지 의심스러우면 되도록 만지지 말고 곧바로 경찰로 신고해달라며 아직까지 이 번호를 사용한 신권 위폐는 신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