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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솔한 교과서

Posted October. 19, 201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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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는 한 나라의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그 나라의 교과서를 연구하는 직원을 두고 있다. 한 나라의 교과서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구성원이 사회를 보는 인식틀을 형성한다. 종교의 권위가 지배하던 과거 사서삼경()이나 성경, 꾸란이 하던 역할을 오늘날 세속 국가에서는 학교의 교과서가 수행한다. 어린 나이에 선생님을 통해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교과서는 일반 책보다 훨씬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한 적이 없는데도 우리나라 국어 고등학교 교과서 다섯 종류에 그런 것처럼 허위 사실이 실려 있다. 찌아찌아족이 부족 언어를 표기할 문자가 없어 한글을 배우고 활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 문자로까지 채택하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지방어 중 고유 문자가 있는 자바어 등 일부 언어를 제외하고는 로마자 이외의 언어 표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언론이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과장해 보도한 것을 확인 절차 없이 실었다가 오류를 범했다.

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안철수 대선후보가 군대에 입대해 내무반에 들어가고 나서야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는 내용의 만화가 들어 있다. 안 후보는 2009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대일 새벽까지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몰두하다 가족들에게 얘기도 하지 않고 군대에 간 것처럼 말한 것이 그런 오해를 낳았다. 그러나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한 인터뷰에서 (안 후보를 군대 가는) 기차에 태워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데 무지 섭섭했다고 말해 그 내용을 부인했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인정 체제로 바뀌면서 우리 시대의 살아 있는 인물이나 사건을 많이 등장시키고 있다. 친근한 소재로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 학습효과를 높이려 한 점은 좋지만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오류를 범하기 쉽다. 역사 교과서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국사에서 현대사 비중을 높였다가 현대사 서술을 둘러싸고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격렬한 다툼을 벌인 끝에 비중을 다시 줄이기로 했다. 교과서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를 다룰 때는 출처를 보다 철저히 따져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