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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후보 권력 나누기엔 책임의식이 결여돼 있다

[사설] 안후보 권력 나누기엔 책임의식이 결여돼 있다

Posted October. 12, 20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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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5월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에게 공동정부 구성을 제의한 데 이어 9월 16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 비전과 통일 외교 국방을 담당하고 나머지 국정은 국무총리가 책임지는 권력분담 구상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안 후보는 자유롭게 논의하는 과정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이런 구상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음을 시사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부를 통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의 권력구조를 대통령 책임제로 분명하게 명시한 것이다. 따라서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총리가 책임지는 국정을 위한 제도는 성립할 수 없다. 헌법에 저촉되지 않게 대통령과 총리 간에 권력을 분담하더라도 결국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귀속()된다.

안 후보는 이달 7일 대선후보 정책비전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의 사면권을 국회의 동의를 거쳐서 행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같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뉜다. 일반사면은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돼있다. 안 후보가 국회 동의가 불필요한 특별사면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다. 대통령이 행사하는 특별사면도 말이 많은데 국회 동의까지 받도록 한다면 예산안처럼 여야의 끼워 넣기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안 후보는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임명하는 자리가 1만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것을 10분의 1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대통령은 인사를 통해 국정을 관할하고 그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인사권을 청와대에서 다른 데로 넘긴다면 국회의원들의 압력이나 로비에 더 약해질 것이다. 대법원장 후보를 대법관회의에서 호선으로 추천토록 한다거나 감사원장 후보 추천을 국회에 맡기겠다는 발상도 헌법에 규정된 권력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대통령에 대해 흔히 제왕적(), 만기친람(), 무소불위() 같은 수식어가 붙지만 대통령과 국회가 헌법을 제대로 지켰더라면 이런 말이 나올 수 없다.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범위 안에서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더욱이 대통령 권력에 비해 국회의 권력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추세다. 대선후보 단일화만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거나,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말하는 것은 헌법을 무시한 발상이다. 안 후보의 권력 나누기 구상에는 대통령 자리가 갖는 막중함에 대한 책임 의식이 결여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