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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예술로 도시 살리기

Posted October. 04, 20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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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턴 남부의 소호는 고급 브랜드 매장과 맛집이 밀집한 지역이다. 오늘날은 뉴욕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세련된 동네로 꼽히지만 원래 이 곳은 버려진 공장지대였다. 지금처럼 활기 넘치는 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은 예술의 힘이다. 뉴욕의 제조업이 쇠퇴해 빈 건물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1960년대 초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은 값싸고 넓은 작업실을 찾아 소호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뒤이어 예술가들의 취향과 안목에 맞는 개성 있는 옷가게와 식당들도 들어섰다. 낙후됐던 지역은 예술가들의 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소호 개발을 처음 주도한 것은 전위적 예술운동인 플럭서스의 창시자 조지 마키우나스(19311978)였다. 백남준과 함께 활동했던 그는 동료들과 의견이 맞지 않자 예술의 길을 접고 부동산 개발에 눈을 돌렸다. 소호에 있는 건물을 사들인 뒤 예술가들에게 싼 값에 공급해 예술인 거리 형성에 앞장섰다. 예술은 대도시 뿐 아니라 시골마을도 살려낸다. 일본의 작은 섬 나오시마는 구리 제련소가 있던 곳이다. 환경오염 때문에 주민이 떠나가면서 불모의 땅처럼 변했다. 그러나 한 기업인의 주도로 1989년부터 섬 재생 프로젝트가 펼쳐져 이제 이 곳은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순례코스로 떠올랐다.

문화를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빌바오 효과라고 부른다. 스페인 북부 항구도시 빌바오에서 따온 말이다. 철강과 조선 등 주력산업이 쇠퇴하면서 실업률이 치솟고 쇠락의 길을 걷던 이 도시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색다른 선택을 한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유치한 것이다. 1997년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지은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인구 35만 명의 도시엔 한 해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하나로 창작공간 사업을 시작했다. 유휴시설을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지원하고 지역민에게 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공장지대였던 영등포구 문래동에 자리잡은 문래예술공장도 그 중 하나다.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빈 건물에 모여든 젊은 예술가들은 요즘 철공소 골목의 사장님들과 의기투합해 다채로운 전시와 공연 행사를 열고 있다. 예술가들을 지원하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투자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