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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김없이 난장판 속에 통과된 새해 예산안

[사설] 어김없이 난장판 속에 통과된 새해 예산안

Posted December. 09, 20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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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어제 폭력이 난무하는 야당의 반대 속에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정부 제출안보다 4천951억원 줄어든 309조567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은 4대강사업 예산이 2천700억원 삭감됐다.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에 따른 서해5도 전력증강예산 등 국방예산이 1천419억원 증액됐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서민생활 안정지원 및 복지지출 확대 방침에 따라 참전명예수당(증액규모 840억원), 경로당 난방비 지원(218억원), 대학시간강사 처우개선(97억원) 사업 예산도 증액됐다. 아랍에미리트(UAE) 국군 파견동의안이 함께 통과돼 다음달 중으로 특전 부대 파견이 가능해졌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는 초등학생들 보기에조차 민망한 난투극을 재현()했다. 한나라당이 7일 내년도 예산안 강행처리를 위한 수순을 밟자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본회의장 입구의 강화() 유리가 박살나고 집기가 부서졌다. 국토해양위에서는 민주당 의원 쪽에서 던진 의사봉에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이 머리를 맞아 병원에 실려갔다. 8일에는 예산안을 처리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의장석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 간에 고함 욕설 주먹이 오가는 육탄전이 벌어졌다. 조직폭력배 싸움에서나 있을 법한 무법천지다.

18대 국회는 첫해였던 2008년 12월부터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저지하려는 민주당 의원들이 쇠망치 장도리 전기톱 물대포 소화기까지 동원해 회의실 출입구를 깨부수는 폭력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지난해 7월에는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2일)은 대선이 있던 2002년 이후 올해까지 8년째 지키지 못했다.

1948년 제헌국회가 개원한지 62년이 넘었는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폭력이 관행처럼 되풀이되고 있어서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뿌리를 내렸다고 하기 어렵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는 짓이다. 국회는 2008년 망치국회와 2009년 공중부양 사건을 계기로 국회폭력방지법과 국회질서유지법안을 마련했지만 캐비닛 속에 묵혀두고 있다. 국회 폭력을 퇴출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은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의회민주주의 유린 의원들을 잘 기억했다가 2012년 총선 때 표로 심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