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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의 우라늄농축 묵과하면 비핵화물건너 간다

[사설] 북의 우라늄농축 묵과하면 비핵화물건너 간다

Posted November. 22, 201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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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의 핵과학자에게 원심분리기 수백 대가 가동되고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지난 주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가 경악할 정도로 농축시설은 정교했다. 북은 플루토늄 핵무기에 이어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를 만들어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려는 전략이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은 2002년 10월 미국의 의혹제기로 공론화됐다. 이후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위해 1990년대에 파키스탄에서 소량의 원심분리기와 설계도를 입수했고 러시아에서 1000대의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있는 고강도 알류미늄관을 수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부인하다 2009년 6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농축 작업 착수를 선언하고 이어 9월 농축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헤커 박사에게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가 반신반의()하는 사이 북한은 농축 우라늄 20kg급의 핵무기를 연간 2개씩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우라늄탄은 플루토늄탄에 비해 기폭장치가 단순하기 때문에 고폭 실험 없이도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 인도 파키스탄의 사례에서 보듯 플루토늄 핵무기를 가진 국가는 예외 없이 우라늄 핵개발에 나선다. 우라늄 농축을 방치하면 북한은 머지않아 원하는 만큼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 남한은 물론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진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폭탄 실험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우라늄 핵무기 개발을 진행해 오늘에 이르렀다. 6자회담은 2년째 중단돼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의 책임이 크다. 6자회담에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를 참여시켜 대북() 압력을 높이고 의장국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전문가를 초청해 핵시설을 보여준 북한의 행보에는 3대 세습에 활용하려는 속셈이 담겨있다. 북이 핵무장을 계속하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돼 김정일 부자의 권력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것임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핵 야욕을 저지할 수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북한 지도부를 향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이들에게 실질적 불이익을 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