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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BS가 공교육의 몸통일 수는 없다

Posted November. 20, 20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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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뒤 EBS의 수능강의에서 70% 이상 출제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말만 믿고 수능시험을 준비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수험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4월 당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올해 수능시험부터 EBS 수능강의에서 70%를 연계해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이 나오자마자 EBS 홈페이지 접속이 폭주했고 수험생들은 너도나도 EBS에서 펴낸 교재로 반복학습에 나섰다.

그러나 올해 수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 중에는 문제 유형이 EBS 교재하고 달라 까다롭다는 반응이 많았다. 가채점 평균점수도 10여점씩 떨어졌다. 안태인 출제위원장은 EBS와 연계된 문제라도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렵게 출제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EBS와의 연계율을 70%로 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EBS 수능강의에서 상당수 출제될 것처럼 선전해 놓아 수험생들을 현혹하고 EBS의 교재 장사만 시켜준 꼴이다.

교육정책의 목표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설정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정부가 공교육 강화라는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채 사교육 척결을 정책 목표로 잡다보니, 대체 수단으로 EBS를 내세우게 됐고 수능과 연계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앞뒤가 뒤바뀐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학교는 이 때문에 더 권위를 잃고 학원이 기승을 부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일부 학교에선 EBS교재 지문과 해답을 외우게 하면서 EBS가 공교육의 몸통이 되는 현상이 심해졌다. 학원가는 110개가 넘는 EBS 교재를 요약 정리한 기획특강이 판을 쳤다. 이번 수능에서 어려운 문제는 EBS 교재 밖에서 많이 나와 앞으로 더 사교육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출제위원장 조차도 수능시험이 어려워졌으며 이로 인해 또 사교육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수능시험 과외를 줄이기 위한 EBS 수능방송 확대 방침을 내놓았으나 실패했다. 현 정부가 같은 정책을 또 도입한 것은 잘못이다. 교육정책의 기본은 학교 수업에서 기본 개념과 원리를 충실히 가르치도록 학교와 교사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수능시험은 1994학년도 시작 당시 설정한 주입식 암기식 사교육으로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도록 출제한다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알아보는 시험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