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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들러리 한 풀었습니다

Posted October. 26, 20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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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시상식은 한화 괴물 투수 류현진(23)을 위한 독무대였다. 그해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 탈삼진, 평균자책 1위)을 달성한 그는 MVP와 신인왕을 휩쓸었다.

롯데 이대호(28)는 들러리였다. 그는 타자 트리플 크라운(홈런, 타격, 타점 1위)과 장타력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류현진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다. 12표 차로 MVP에서 탈락한 이대호는 쓸쓸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상 4개 받고 비참하게 퇴장한 유일한 선수일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2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0년 MVP 및 신인왕 시상식장에서는 이대호와 류현진이 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였다.

류현진은 올해도 만만치 않았다. 팀이 최하위에 머문 악조건 속에서도 탈삼진(187개)과 평균자책(1.82) 1위에 올랐고 미국 프로야구에서조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한 시즌 2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더욱 임팩트가 강했던 선수는 이대호였다. 프로야구 기자단 투표에서 이대호는 총 유효표 92표 가운데 59표를 얻어 30표에 그친 류현진을 제치고 별 중의 별로 떠올랐다.

타율 0.364에 44홈런, 133타점을 기록한 그는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타율, 홈런, 타점, 득점, 안타, 출루율, 장타력)에 올랐다. 타이틀 수상식 때는 트로피가 너무 많아 몇 개는 바닥에 내려놓아야 할 정도였다. 또 8월 4일 두산전부터 14일 KIA전까지 9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대호는 4년 전 쓸쓸히 퇴장하면서 마음속으로 칼을 갈고 있었다. 꼭 한 번 서 보고 싶었던 이 자리에 서게 돼 너무 감격스럽다며 지난 연말 결혼한 뒤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결혼 후 부산에서 술 약속을 잡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힘들 때나 좋을 때나 옆에 있어 준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4년 전 MVP 류현진은 부상으로 2000만 원 상당의 순금 트로피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이대호는 4500만 원 상당의 폴크스바겐 티구안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는다. 타이틀 상금도 올해부터 2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올라 7관왕 상금으로도 2100만 원을 챙겼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대호는 매년 겨울 불우한 이웃을 돕고 있는데 정말 잘됐다 싶다. 아내와 잘 상의해 부상으로 받은 차를 불우이웃돕기 등에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력뿐 아니라 마음가짐도 MVP다운 이대호다.



이헌재 uni@donga.com